황당한 소영웅주의 영화 '분닥 세인트'
기사입력 2000년 04월 12일 14시 48분
`분닥 세인트'는 오우삼이나 쿠엔티 타란티노 영화의 팬이라면 반드시 보아야할 영화.
오우삼식의 비장한 폭력미학과 타란티노식의 황당한 코미디를 모두 갖고 있는 영화다.
감독 트로이 더피는 낯선 이름. `분닥 세인트'가 데뷔작이다. 더피 감독은 오우삼과 타란티노 스타일의 영화를 추구하면서도, `아류'란 느낌이 들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분닥 세인트'는 `황폐한 도시의 성자'란 뜻. 육류 냉동회사에서 일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형제(숀 패트릭 플래너리, 노만 리더스)가 화장실 변기로 러시아 폭력배를 물리친 후, 소영웅주의가 발동해 사회의 악들을 처단해가기 시작한다.
사이코 기질을 가진 형사(윌리엄 데포)가 악당들이 떼로 무참하게 죽어있는 `믿기지 않는 살해현장'을 찾아가 분석을 해보고, 형제가 이들을 어떻게 처치했는 지를 보여주는 방식.
`무차별 폭력'이 때때로 `경건한 의식'처럼 그려지는 것은 앞의 두 선배감독이 즐겨 쓰는 수법. 오우삼식의 미학적인 총격신도 더이상 할리우드에서 낯설지 않다.
더피 감독은 아무리 악인이라도 마구잡이로 죽인다는 설정이 조금은 미안했는 지 마지막에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인터뷰'를 배치해 놓았다. 이건 `주유소 습격사건'이 무차별 폭력으로 관객들을 통쾌하게 해주다가, 마지막에 모범적인 인물이 된 네명의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재치다.
(15일, 시네코아 신촌그랜드 MMC 브로드웨이 아카데미21 롯데월드3．4 등)
[안영준 기자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