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현 '전성기 위력 부활'
기사입력 2000년 04월 12일 11시 58분
다른 팀도 아닌 LG와의 첫대결에서 1점차로 이겼고, 2연패도 끊었다.
이쯤 되면 두배로 기쁜 1승. 그렇지만 두산 선수들은 11일 잠실 경기후 다들 쭈뼛쭈뼛 어색해 했다.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선발 조계현(36)을 보기가 괜히 미안해서다. 개막전에 이어 두번째 판 헛품. 손에 쥔건 없고, `실질적인 승리투수'라는 만장일치의 박수만 남았다.
`싸움닭'답게 조계현의 목소리가 오히려 제일 컸다. "다음번에 올라가면 진짜로 잘들 쳐야 된다, 잉." 2게임에서 방어율 1.29로 이름값을 한 것만으로도 만족했으니 남의 일처럼 킥킥 웃을 수 있었다.
6⅔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의 호투. 예정대로 7회 1번 유지현까지 잡자 미련 없이 어깨에 얼음주머니를 댔다. "다음에 또 하자"며 등을 툭툭 쳐 준 최일언 투수코치는 돌아서서 "왜 싸움닭인가 했는데 유지현 다루는걸 보니 진짜 싸울줄 아는 투수"라고 칭찬했다.
1－1 동점을 허용한 직후 계속된 7회 1사 2루. 앞타석에서 바깥쪽 슬라이더와 직구에 놀아난 유지현이 바깥쪽을 노리는걸 눈치 채고 이번엔 몸쪽에만 공 5개를 붙여 방망이 한번 못 휘두르고 삼진을 먹게 만들었다.
각이 크지 않은 대신 끝이 팍팍 살고, 오른쪽 타자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핥듯이 꽂히는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진짜 중요한게 뭔지 아는 조계현에게 첫승은 남들 생각처럼 급하지 않다.
[박진형 기자 ji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