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신임 모리 수상 (3)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4시 42분
그래서였을까. 오부치 게이조수상이 쓰러진 것이….
일본언론에는 후카이도의 우스산 화산폭발 등 격무에 시달린 과로 때문에 오부치 수상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일선 정치부 기자들은 자유당 대표 오자와씨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연립정권으로부터 이탈하겠다는 오자와씨 때문에 속을 끓이다 쓰러졌다는 것.
아무튼 지난 2일 오전 2시, 오부치 수상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 있고, 일본정사를 이어갈 새로운 내각이 출범했다.
모리 요시로(62) 자민당 전 간사장. 현재 새 수상이 된 인물이다. 하지만 오부치 전 수상이 쓰러져 그 뒤를 잇게 된 모리 수상에 대해서는 일본국민들의 반응이 대단히 차갑다. 일본야당은 모리 수상에 대해 정책과 색깔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리고, 국민들은 신문의 독자란을 통해 보수적 인식과 극우사상을 가진 신임수상에게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고 불안한 감정을 나타냈다.
"오사카 사람은 돈을 모으는데만 급급해, 공공심도 선거에의 관심도 없다. 나쁜 말이지만 가래침이라도 뱉어주고 싶다."
88년 참의원 선거에서 오사카의 투표율이 20%를 웃돌자 당시 모리 의원이 오사카 사람들을 비난한 말이다. 훗날 모리의원은 강하게 항의하는 오사카사람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로 봐 줄 수가 있디.
"교사노조에 의해서 도덕교육이 파괴돼왔던 결과 윤리관이 결여된 인간이 대량으로 생겨났다. 교사들에게 큰 문제가 있다."
"기미가요 제창시, 오키나와 출신의 가수 한 사람은 입을 열지 않았다. 필시 기미가요는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고 있다. 오키나와 현의 교사노조는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어서 뭐든지 정부에 반대한다. 오키나와의 두 개 신문인 류큐신문과 오키나와 타임즈도 그렇다. 어린이들도 모두 그렇게 배우고 있다."
지난달 22일 자신의 출신지인 이시카와현에서 있었던 강연 중에 한 말이다. 이에 대해 오키나와 주민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키나와인들은 태평양 전쟁 때 오키나와 주민의 3분의 1이 일본군에 의해 떼죽음을 당한 쓰라린 상처가 있다. 때문에 쇼와 히로히토 천황이 사망했을 때도, 오키나와 사람들은 임시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관공서가 일제히 문을 열었고 조기 또한 걸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오키나와 사람들은(비단 오키나와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전쟁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공식석상에서 기미가요를 부르는 것을 거부하는 이들이 많다) 자연 천황을 찬양하는 기미가요를 따라 부르지 않는다.
"이번 모리씨의 발언으로 최근의 안보 가이드라인 관련법, 국기@국가법 등 일련의 움직임이 전전(戰前) 암흑정치의 재현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3월 24일자 아사히 신문에 투고한 65세의 독자 사사키)
각 신문마다 하루도 바지지 않고 이같은 독자들의 항의편지가 오고 있다.
`낡은 감각을 가진 고압적인 보수정치가, 오부치 전수상의 충실한 후계자'로밖에 일본국민들에게 인식되지 않고 있는 모리 수상.
한편 한국에서는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이면서 작년에는 한일의원 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해서 지한파로 인식돼 큰 기대를 받고 있으나 이는 천만의 말씀이다. 일본언론이나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한 것처럼 모리 신임수상은 일본 정치인 중 그 누구보다도 극우적인 인물이다.
"요코하마에는 1500명 정도 한국으로부터 온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은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기 때문에 총을 쏠 줄 안다. 그들이 하나로 뭉치면 군사행동이 될 수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92년 6월 모리 현수상이 공식적으로 내뱉은 말이다. 단순히 돈을 벌러온 한국인 노동자들을, 침략을 일삼아 온 자기네 일본군처럼 인식, 매우 위험한 집단으로 매도한 발언이다. 이렇듯 신임 모리 수상은 우리가 생각하듯 그렇게 지한파도 친한파도 아닌 지극히 식민사관을 지닌 보수 우파 정치인일 뿐이다. 그래서 일본국민들이 매우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물태우'라고 불리는 그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번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