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라인] 아프리카 월드컵 예선 진풍경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3시 53분
2002년 한-일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예선에 참가한 50개국 가운데는 희한한 나라들이 있다.
우선 FIFA랭킹 150위인 레소토. 1차예선에서 아프리카의 축구강국 가운데 하나인 남아공을 이겨야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있는 레소토는 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히 버스 한대를 마련했다.
여의치 않은 재정형편상 이 버스로 아프리카대륙을 돌며 전지훈련도 하고 평가전을 치르기로 결정한 것. 레소토 국가대표팀의 강행군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우선 버스를 몰고 짐바브웨서 열린 코사파캐슬컵에 참가해 대회주체측이 부담하는 선수단 항공료를 현금으로 받았다. 전훈 경비를 마련해야 했기 때문.
그리고 대회가 끝난 다음날로 다시 버스에 올라 사막과 강을 건너 잠비아로 갔다. 여기서 딱 한 경기를 치르고 다시 가봉으로 버스를 몰았다. 이런 식으로 한경기를 치르고 버스로 이동한 거리가 총 6014㎞. 서울－부산을 7번이상을 왕복한 거리.
3개월간 국가대표팀 전훈사상 최장거리를 버스로 누비며 실력을 쌓았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지난 9일 남아공과의 1차전에 나서 0대2로 패한 것. 하지만 레소토선수들은 "버스 전훈을 했으니 2차전에선 이길 것"이라며 식지 않은 각오를 보이고 있다고.
아프리카 서부의 가봉과 마주보고 있는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의 얘기도 재미있다. 지난 86년 FIFA에 가입, FIFA랭킹이 190위로 최하위권인 이 나라는 상투메섬과 프린시페섬으로 이루어진 연방국. 큰 섬 두개로 이뤄진 나라다 보니 9일 상투메서 벌어진 시에라리온과의 예선전 경기를 보기 위해 프린시페 주민들은 배를 타고 건너와야 했다.
그런데 상투메가 2점을 앞선 후반 관중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배를 타고 건너왔던 주민들이 "다 이긴 것 같으니 어두워지기 전에 배를 띄우자"며 모두 항구로 몰려가 버린 것. 덕분에 상투메 대표선수들은 강적 시에라리온을 2대0으로 이기고도 썰렁한 운동장에서 쓸쓸히 걸어나와야 했다.
[추연구 기자 pot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