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석특파원수첩] 김병현과 모건의 경쟁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3시 48분
애리조나 우완투수 마이크 모건은 59년 10월8일생. 팀내 5명의 코치중 2명이 모건보다 나이가 적다.
`핵잠수함' 김병현은 79년 1월21일생. 모건은 김병현이 세상 빛을 보기도 전인 지난 7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 둘은 지난 스프링캠프서 개막전 엔트리 한 자리를 놓고 `할아버지 VS 손자'의 대결을 벌였다. 붙박이 마무리 매트 만테이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상처없이 빅리그에 동행했지만 오는 17일 만테이가 복귀하면 또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쳐야 한다.
모건과 김병현은 무척 대조적이다.
모건은 지난 78년 오클랜드에 입단한 이래 모두 12차례 소속팀을 바꿔 미국 4대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역대 최다 이적 선수로 올라있다. 뉴욕 양키스, 시애틀, LA 다저스, 텍사스 등을 거쳐 지난 1월 자신의 12번째 팀인 애리조나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지난 6일(한국시간) 모건은 필라델피아전에 구원등판, 역대 25번째로 `포 디케이드 클럽(Four decade club) '에 가입했다. 70~90년대에 이어 2000년대까지 40년에 걸쳐 선수로 뛰었다는 의미다. 현역중에서는 추억의 도루왕 리키 핸더슨과 제시 오로스코가 같은 멤버다.
현역 최다패전기록(180패)이 말해주듯 산전수전을 겪은 모건이 자신의 마지막 해가 될지도 모를 2000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장식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전서 세이브를 따내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김병현은 이제 막 출발 테이프를 끊고 걸음마를 배우고 있다. 주변을 살피기보다 앞만 보고 나가는 것이 더 어울리는 파릇파릇한 유망주. 설령 김병현에게는 "마이너에서 좀 더 수업을 쌓고 오라"는 말을 듣는다 해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젊다. 좀 더 느긋하게 모건과 김병현의 메이저 진입 경쟁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우석 특파원 kwooseok＠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