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감독 '이젠 못할짓 그만해야지'
기사입력 2000년 04월 10일 12시 12분
9일 롯데전에서 2000경기 출장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작성한 `코끼리' 김응용 감독. 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소감과 함께 "여러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꺼냈다.
18년 동안 해태 유니폼을 입고 9차례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던 김감독이 세상에 무섭고 미안한 게 있다니.
"나 때문에 짤린 감독들이 어디 한둘이야. 내가 그사람들에게 못할 짓 많이 했지. 아마 난 죽으면 천당가기 어려울거야."
강산이 두번이나 바뀔 세월 동안 해태의 덕아웃을 지킨 김감독의 말마따나 그는 `못할 짓'을 숱하게 했다.
한국시리즈를 처음 제패한 지난 83년. 지금은 고인이 된 당시 MBC 김동엽 감독이 한국시리즈 패배를 이유로 경질됐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해태의 전성시대였던 80년대 후반,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숱한 야구인들이 옷을 벗어야 했다.
삼성과 빙그레를 거치며 86년부터 한국시리즈에서 해태와 4차례나 맞붙었던 김영덕씨는 코끼리의 그림자만 봐도 경기를 일으킨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김감독은 "결코 나쁜 마음을 먹은 게 아니었다. 선수들이 잘 해주는데야 난들 이기지 않을 도리가 있겠느냐"며 모든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린다.
3000경기 출장에도 도전할 것이냐는 우문(愚問)에 "이제 못할 짓 그만해야지"라는 현답(賢答)과 함께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김감독의 머리숱이 유난히 희어보였다.
[류성옥 기자 watch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