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팀내 최고 타율
기사입력 2000년 04월 10일 12시 12분
개막 전날까지도 다들 불안해 했다.
천하의 박정태(31．롯데) 방망이가 매일같이 헛도는 게 여간 심상치가 않았던 것이다.
겨우내 프로야구선수협의회 문제에 매달리는 통에 훈련을 제대로 못한 게 실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코칭스태프들이 내심 속앓이를 했을 정도다.
시범경기와 자체 홍백전에서 단 한발도 때려내지 못한 채 삼진 아니면 범타로 주저앉았으니 그럴 수밖에. 수치로 따져보면 더 웃긴다. 8타수 무안타, 타율 0.
지난해 31게임 연속안타를 때린 국내 최고의 방망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박정태는 흔들리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그는 늘 여유로웠다. 배팅연습하는 그의 옆을 지나다가 "괜찮아?"하고 한마디 던지면 눈가에 주름을 가득 만들어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걱정마이소, 잘∼ 될 낍니더."
과연 빈말이 아니었다. 정작 시즌 뚜껑이 열리자 무섭게 쳐댔다.
5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LG와의 개막전서 2회말 팀의 시즌 첫 안타를 만들어내더니 5회에 팀의 시즌 2호 안타까지 때려냈다.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9일 팀이 해태를 상대로 시즌 첫 승(10대2)을 거두던 날은 더했다. 4타수 4안타 4타점 1득점. 이날 5개의 팀 안타 중 4개를 그가 때려냈다.
10일 현재 그의 타율은 4할4푼4리. 물론 팀내 최고다. 더이상 그에게 무슨 말이 필요할까. 과연 그는 실전에서 빛을 발하는 진정한 전사였다.
"저만 잘하면 뭐합니까. 우리 롯데가 잘 해야지요."
누가 `의리의 사나이' 아니랄까봐 늘 동료들 걱정, 팀 걱정이다.
[최재성 기자 kka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