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수-김종건 '노장 투혼'
기사입력 2000년 04월 09일 14시 34분
`누가 우리를 퇴물이라 부르는가.'
울산 현대의 고참콤비(31세) 정정수(MF)와 김종건(FW)은 지난 겨울 마음고생이 컸다. 99시즌 팀 성적부진(정규리그 6위)에 대한 책임을 고참선수들이 고스란히 떠안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연봉삭감도 감수해야 했고, 세대교체를 이유로 팀을 떠나는 동료들을 눈물로 지켜 보아야 했다. 연봉협상이 난항을 겪는 과정에서 한때 "새 둥지를 찾아 떠나라"는 통보를 받고 축구화를 벗을 각오도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오기'를 발동시킨 것일까. 지난 5일 대한화재컵 조별리그 성남전서 선취골(정정수)과 결승골(김종건)을 터트린 이들은 8일 울산에서 벌어진 부산전서도 1대0 승리에 수훈을 세웠다. 전반 31분 아크에서 김종건이 밀어준 볼을 받아 정정수가 오른발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어 꼴찌이던 팀을 일주일만에 B조 1위(4승2패, 승점 9)로 끌어올린 것. 특히 정정수는 3골로 이원식(부천)과 함께 득점공동 2위에 올라섰다.
이들의 플레이는 `아름다운 노장투혼' 그 자체였다. 오른쪽 날개로 나선 정정수는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좌우측면을 흔들며 수차례 찬스를 만들었고, 빅토르와 투톱을 이룬 김종건 역시 저돌적인 돌파와 날카로운 슈팅으로 부산 골문을 위협했다. 관중석에선 "그래도 믿을 건 역시 노장"이란 말이 쏟아져 나왔다.
정정수와 김종건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투혼의 밑거름이 된 것 같다"면서 "팀의 재건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울산＝신향식 기자 sh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