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수비수 박동혁 '신의 손'
기사입력 2000년 04월 08일 01시 22분
한국－몽골전이 벌어진 7일 동대문운동장에는 한국대표팀 수비수 박동혁이 GK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국의 일방적인 공세가 펼쳐지고 있던 후반 30분. 아크 바깥까지 전진해 있던 GK 김태진이 몽골선수가 걷어낸 볼을 PA안에서 잡기 위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이때 김태진은 몽골의 엔크바야르가 대시해 들어오자 당황한 나머지 PA라인 밖에서 손으로 덥석 볼을 잡아 퇴장명령을 받고 말았다. 그러자 한국 벤치에는 일순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후반들어 이천수 김도균 김남일 등을 투입, 3명의 교체멤버 카드를 모두 활용했기 때문. 결국 허정무감독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수비수인 박동혁에게 GK 유니폼을 입도록 했다. 졸지에 문지기로 변신한 박동혁은 이후 쉴새없이 몽골문전을 위협하는 한국 공격수 덕분에 `신의 손'에 `무임승차'했다. 아크정면에서의 몽골 프리킥이 한국 선수의 머리를 맞고 나가 무사히 위기를 넘긴 박동혁은 이후 일방적인 맹공을 펼친 한국 공격진 덕택에 손 한번 쓰지않고 경기를 마친 것.
이와관련 경기 직후 주심 리우숭호씨（중국）는 인터뷰를 거부했으나 최창선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FIFA 규정에는 최종수비수가 공격수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고의적으로 핸들링을 범했을 경우 주심은 곧바로 퇴장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정무 감독은 "몽골이 약체이고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어이없는 실책이었다"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동대문＝추연구 기자 pot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