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박찬호의 산뜻한 출발
기사입력 2000년 04월 06일 14시 30분
항공기 사고에는 `마(魔)의 11분'이라는 징크스가 있다. `이륙후 3분, 착륙전 8분, 총 11분을 조심하라'는 말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지난 80년부터 89년까지 일어난 항공기 사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륙때 24%, 착륙때 37% 등 이 시간대에 전체 사고의 61%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기술적으로는 10억분의 1이고, 실제로는 1000억회에 한번으로 사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이착률때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는 것이다.
시작과 마무리가 중요한 것은 조종사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축구에서도 `경기시작 5분과 경기종료전 5분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실점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타자보다는 특히 투수에게 출발은 중요하다. 투수가 1회 첫 타자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페이스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LA 다저스의 박찬호(27)가 올시즌 첫 등판에서 기분 좋은 첫 승리를 따내 산뜻한 출발을 했다. 박찬호는 5일(한국시간) 몬트리올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몬트리올 엑스포스전에서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28명의 타자를 상대로 6안타 4실점(자책 3)에 삼진 3개, 4사구 5개를 기록하며 최고시속 153㎞의 강속구를 뽐냈다.
지난 94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가 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더구나 메이저리그 130년 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출신 투수의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한 것이어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몬트리올 선발 이라부(31)는 2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8안타 6실점의 난조로 3회 강판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사실 박찬호는 올 시범경기 6게임에서 23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아냈으나 안타 31개, 4사구 11개, 홈런 5개를 내주고 22실점(자책 29)에 방어율 7.43의 최악의 성적으로 불안감을 나타냈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정규시즌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는데 약속대로 `코리안 특급'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더구나 무홈런으로 `홈런 공포'를 떨쳐버렸고, 지난해 박찬호 등판때 야속하리 만큼 침묵했던 다저스 타선도 17안타로 10점을 뽑는 가공할 위력을 과시했다.
5일 개막된 한국프로야구도 4개구장에서 22개의 축포가 터지는 가운데 8만여명이 몰려들어 대성황을 이루었다.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은 법. 한국팬들에게 올해는 `신나는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부국장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