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콘서트로 업그레이드된 뮤지컬 '樂 햄릿'
기사입력 2000년 04월 06일 14시 07분
`록사운드로 부활한 햄릿.'
서울뮤지컬컴퍼니가 장충체육관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樂(락) 햄릿'(조광화 작, 전훈 연출)은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록콘서트에 가까운 작품이다.
대형 철제 트러스트가 네겹으로 설치된 특수무대. 눈을 어지럽히는 화려한 조명과 여기저기서 터지는 폭죽. 거기에 두시간 동안 끊임없이 고막을 울리는 강렬한 록사운드는 헤비메탈밴드의 공연장을 방불케한다.
지난해 초연때보다 드라마가 과감하게 축약돼 관객들은 간신히 줄거리만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 그러나 이 작품에서 고전적 의미의 드라마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뮤지컬의 음악적 요소를 최대한 부풀려 뮤지컬과 록콘서트의 경계를 허물었기 때문이다.
`햄릿'으로 나선 가수 박효신이 특유의 미성으로 뽑아내는 절규, `오필리어'를 맡은 진주의 에너지는 작품의 컨셉트에 잘 부합했다. 레어티즈 역의 송용진과 호레이쇼 역의 김재만도 새로운 버전에 적응 완료. 밴드 시골버스의 폭발적인 연주에 실린 20여명의 코러스와 6명의 싱어, 또 20여명 합창단의 화음은 광활한 돔체육관을 쩡쩡 울렸다.
"이게 무슨 뮤지컬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건 `락 햄릿'은 작지만 의미있는 실험이다. 바로 `뮤지컬의 대중화'라는 화두. 재공연이 힘들만큼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뮤지컬계의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최하 3000원이면 볼 수 있는 저렴한 작품을 권투나 씨름이 어울리는 체육관에 올렸다. 작품의 내용과 형식, 그리고 기획과 홍보에서 지금까지의 관행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다.
록과 헤비메탈, 발라드 댄스 테크노 등을 고루 섞어 `드라마적인 음악'을 엮어낸 이동준은 뮤지컬작곡가로서 한단계 성숙했음을 입증했다. 음향상태가 고르지 못해 대사가 자주 들리지 않은 아쉬움은 있었지만 말이다.
11일까지. (02)562-2600
[김형중 기자 h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