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12일부터 공연
기사입력 2000년 04월 05일 14시 19분
직장에서 해고당한 늙은 세일즈맨 윌리 로먼. 무위도식하는 자식들은 여전히 그에게 부양의 부담을 주고, 상황은 더욱 꼬여 부자간의 갈등은 커져간다. 절망의 끝에서 그가 내린 선택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고전 `세일즈맨의 죽음'이 서울시극단에 의해 12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내에서도 여러차례 무대에 올랐던 `세일즈맨의 죽음'은 인간과 그가 처한 사회적 조건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밀러의 대표작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판다는 점에서 `세일즈맨'일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 이 작품에 많은 비평가들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라는 찬사를 던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막전막후에서 화젯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23년만에 주인공을 맡은 탤런트 이순재의 경우 감회가 새롭다.
"그렇지않아도 연극을 한편 하고 싶었는데 마침 연락이 왔어요. 78년 공연때는 나이도 어리고 사회적 환경도 지금과 달라 이해못했던 점이 솔직히 있었어요. 이번엔 더 충실한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V에서 주로 믿음직한 가장이나 강직한 인물을 맡아 친근한 이미지를 간직한 그는 사실 60년 실험극장 창립동인으로 70년대까지 무대를 밟았던 연극인. 78년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개관기념으로 여운계(아내 린다 역) 이정길(아들 역)과 함께 열연했던 그는 가족에게 보험금을 남겨주기 위해 자살하는 늙은 세일즈맨으로 다시 태어난다.
또 당시 공연에서 이순재에게 샴페인을 가져다 주는 보이 역으로 단역 출연했던 김갑수(신시 대표)는 어엿한 중견배우로 성장해 큰아들 `비프'를 맡는다. 열정의 연기파 윤소정은 몰락해가는 가정을 지키려고 애쓰는 헌신적인 아내 `린다'. 여기에 여무영 박봉서 강애심 강신구 최슬 김신기 등이 가세한다.
연출가 김도훈은 "`세일즈맨의 죽음'은 IMF를 겪은 우리 사회의 드라마"라며 "가족간의 애증과 화해의 과정을 진지하게 그리겠다"고 말한다.
(02)399-1647
[김형중 기자 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