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인 드라마는 다르다 KBS `태조왕건'
기사입력 2000년 04월 05일 14시 19분
KBS 1TV `태조왕건'이 초반부터 고속질주 태세다.
첫 방송된 지난 1일 AC닐슨 집계 35.2%를 기록한데 이어 두번째 방송인 지난 2일엔 무려 37.6%의 시청률을 마크했다. 사극의 1,2회 시청률이 35%를 넘기기는 유례가 없던 일이다.
화제작 `용의눈물'은 초반 8%, `왕과 비'도 24.9%.
첫회 시청률을 20% 정도로 예상했던 `태조왕건'의 제작진도 몇번이나 시청률표를 다시보며 놀라고 있다.
`태조왕건'의 초반 하이페이스는 그동안 한국드라마 제작의 현주소를 간접적으로 질타해 주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우리드라마 제작은 마치 `블럭쌓기'처럼 속전속결이었다. `최소비용 최대효과' 운운하며 한달도 안돼 스토리를 급조해 방송하고, 시청자의 인색한 평가에 늘 노심초사했다. 심지어는 녹화장으로 당일 대본이 나오고, 즉석에서 PD가 콘티를 짜는 웃지못할 일도 왕왕 있었다.
이에 비하면 `태조왕건'은 대단한 정성을 들였다.
기획기간 15년에 방송 1년여전부터는 꾸준히 `홍보 분위기'를 조성했다. 주인공의 캐스팅과 철저한 고증을 거친 50억원 규모의 세트장 등은 늘 화제를 몰고 다니며 주목을 끌었다.
대본의 합본과 다양한 사료를 통해 소설적 재미를 부여한 것도 강한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비결.
일예로 `태조왕건'은 2회 중반부 이후엔 궁예의 어린시절 회상신이 이어졌다. 그러나 궁예의 기구한 어린시절이 흡인력 있게 묘사된데다 환선길, 유금필 등 덩치 큰 장수들이 무예를 겨루는 모습은 흡사 `무협지'의 한장면을 연상케 했다. 애꾸눈 궁예 김영철의 무게있는 연기, 왕건의 탄생을 둘러싼 고승의 예언과 컴퓨터그래픽 등은 신비감까지 조성했다.
앞으로도 시청자의 평가는 계속되겠지만 `태조왕건'은 오랜만에 드라마제작의 한 모범답안을 제시해 준 듯한 느낌이다.
시청자는 공들인 드라마는 대번에 구별해 내는 안목이 있다.
[이유현 기자 you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