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코나미, 국내 게임업체 잇따라 제소
기사입력 2000년 04월 05일 14시 01분
최근 일본의 유명 게임기 개발사 코나미가 국내 게임기 개발사인 `어뮤즈월드'와 `안다미로'를 잇따라 지적재산권 침해로 제소 하는 등 한국 게임시장에 대한 일본 게임 업계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코나미는 지난달 31일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통해 "안다미로의 `펌프 잇 업'(펌프)이 자사 제품 DDR(댄스댄스레볼루션)의 등록 의장 및 외관을 모방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유발하는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비슷한 이유로 어뮤즈월드를 제소한 뒤 넉달만의 일이다.
▲코나미의 특허 공세
코나미의 특허 공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말 어뮤즈월드의 `EZ2DJ'가 자사 뮤직게임기 `비트매니아'의 외관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나미는 지난 2월초 어뮤즈월드에 패소, 현재 항소중에 있다.
▲왜 소송이 잦아지나
제소를 당한 국내 업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코나미의 제품을 따돌리고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
현재 코나미사의 주력 제품은 댄스와 뮤직게임기. EZ2DJ와 펌프는 모두 국내에서 코나미의 `비트매니아'와 `DDR'을 능가하는 인기를 끌었다.
올해 국내 댄스 게임기관련 시장규모는 3000억원선.
국내 업계관계자들은 "코나미가 자사 제품과 경쟁하는 제품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시각.
▲상황전개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코나미는 펌프의 판매중지 가처분 명령 신청은 하지 않았다.
단지 외관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의장 특허 문제를 들고 나왔다.
때문에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국내 업체의 게임기 판매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업계관계자들은 댄스 게임기의 원조격인 코나미가 이번 소송으로 경쟁 제품의 판매금지보다는 소송을 통해 국내 업체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와 입지 강화에 나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판매된 제품에 대한 영업이익을 나눠 갖고 판매될 제품에 대해선 로열티를 받겠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는 것.
코나미는 지난해 일본에서도 경쟁사들을 비슷한 이유로 잇따라 제동을 건 경력이 있는데 이때도 목적은 `견제'의 의도가 짙었다는 주장이다.
▲코나미의 승소확률은?
어뮤즈월드와의 1심에서도 패소했지만 코나미는 지난해 6월 일본에서 자사 경쟁사인 남코와 자레코사를 특허권 침해로 제소했다가 승소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특히 발판부분에 관한 특허권을 주장하는 코나미측의 논리에 반박, 국내 업체들은 이미 지난 96년 일본의 다른 개발사가 발판을 이용한 댄스기기를 내놓은 사례를 들고 있다.
또 외관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주장에도 국내 관계자들은 `외관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게임기의 특성상 특허권이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망과 대책
이번 소송의 결과는 연말쯤이나 되야 결과가 나올 전망.
하지만 소송의 결과를 떠나 계속되는 일본업체의 특허 공세는 국내 개발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코나미가 승소할 경우 이미 비슷한 게임기를 출시한 국내 15개 개발사가 연쇄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경우 다른 일본 업체들도 특허권을 앞세워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여 국내 게임 개발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게임제작자협회 한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국내 게임 업계도 일본 업체가 시비걸 수 없는 독창적인 게임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임태주 기자 spark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