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묵직한 공으로 몬트리올타선 압도
기사입력 2000년 04월 05일 13시 16분
부진하던 시범경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필승의 투지로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힘이 들어가 제구력이 빼어나지는 않았으나 공끝이 살아나 몬트리올 타선을 압도했다. 투심 강속구는 묵직하게 들어갔고, 볼 움직임이 눈에 띄게 좋아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박찬호는 이날 플라이볼을 8개 내줬으나 내야플라이 2개를 포함해 무거운 공끝에 방망이가 막히곤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3㎞가 나왔는데 빠르기보다도 공끝의 움직임이 올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26명의 타자들중 16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진 것도 아주 고무적이다. 좌타자들에게 2안타만 내준 것도 역시 희망적인 대목. 몬트리올은 3명의 주전과 대타 등 좌타자들을 계속 내보냈으나 12타석 2안타에 사구 1개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개선해야할 점은 역시 제구력. 첫 게임의 부담감 때문인지 힘이 잔뜩 들어갔다. 다저스의 오랜 공격이 끝난 3회말에는 투수를 연속 4개의 볼로 내보내기도 했고, 4구 4개에 사구도 1개가 있었다. 안타는 4개뿐이었으나 4사구로 5명이나 진루시켜 경기를 힘들게 끌어갔다. 특히 변화구를 던질때 너무 큰 낙차를 의식, 밸런스가 흔들리며 5회에 폭투와 사구가 나왔고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3회에 이미 8대1, 큰 점수차로 앞선 상황에서 투수가 공을 이리 저리 뺄 이유가 없다. 크게 앞선 상황에서는 야수들을 믿고 적극적인 투구로 경기를 쉽게 이끄는 법을 터득해야한다. 팽팽한 경기와는 달리 대세가 기울어진 경기에서 코너웍 위주의 투구를 한다는 것은 자신감 결여를 의미한다. 야수들로부터도 신뢰를 얻기 힘들다.
[몬트리올(캐나다)＝민훈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