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이성진 '해킹의 다양한 동기'
기사입력 2000년 04월 04일 14시 42분
최근 국내의 몇몇 유명한 언더그라운드 사이트들이 연달아 해킹을 당하고 있다.
국내 최대규모의 와레즈 사이트(불법 소프트웨어 사이트)인 `날개달기'와 섹티즌으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소라스가이드', `트위스트김' 등이 그 주인공들.
보통 해킹이라고 하면 특정한 이념을 어필하거나 자신의 해킹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관공서나 유명 기업들의 홈페이지를 공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요즘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조금 색다른 양상이다.
각각의 사안을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날개달기'의 해킹은 해커 김모씨에 의해 감행됐는데 그는 단순히 날개달기의 언더그라운드에서의 지위에 대한 시샘에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날개달기의 운영자는 이 해킹 건에 대한 복수로 김모씨의 홈페이지를 파괴했으며 `해킹대결을 원하면 정식으로 도전하라'는 문구를 올려놓기도 했다.
`소라스가이드'나 `트위스트김'의 경우는 동일한 해커집단에 의해 조직적인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필자가 일하고 있는 데일리클릭의 서핑팀이 추적해 알아본 결과, 작은 성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명 `공익해킹단' 으로 통하는 해커 집단이 있고 이들이 최근 조직적으로 성인 사이트들과 와레즈 사이트들을 해킹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메인화면에 `오늘 친한 친구가 장가를 갔다. 이번 해킹은 그의 기념선물이다'라는 이색적인 문구를 올려놓기도 했는데 이를 보면 이들이 정말 공익적인 목적으로 움직이는지 단순한 실력과시를 위해 이같은 해킹을 저질렀는지 알쏭달쏭하다.
이처럼 최근의 해킹사고는 신고하기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불법적 사이트들에 대해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단순히 흥미와 실력과시를 목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보여져 이른바 한국에도 해커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즉 지금까지 발생한 해킹사건은 대부분 어떤 특정 목적을 가지고 전문적인 해커들이 저질렀다면 최근 언더그라운드 사이트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각종 해킹은 이제 막 해킹기술을 습득하기 시작한 초보해커들에 의한 단순한 실력과시용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커는 `시스템에 관심있는 전문가'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이 가장 근원적인 용례다. 그러나 이들은 카피레프트 운동이 좌절되고 인터넷 세상에 국가권력과 자본세력의 진출함과 더불어 범죄자의 운명을 걷게 된다.
새로운 세대의 해커들로 보이는 이들은 현재 인터넷 곳곳에서 모임을 주도하고 실력을 연마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에 대한 우려감은 자신들이 획득한 전지적인(?) 능력을 인터넷 세상에서 자제하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데서 나온다.
해커들은 스스로 실력을 연마하기보다 가치관을 정립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해커들의 능력은 인터넷 시대에는 비교할 바 없는 강한 힘이다. 때문에 강력한 도덕적 규율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방향성을 가진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해커들이 갖춰야 할 첫번째 덕목이 될 것이다.
[데일리클릭 보도국장 master＠dailyclic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