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결혼 대작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
기사입력 2000년 04월 04일 14시 28분
한 말은 지켜야하는 게 방송 아닐까.
그런면에서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안문숙, 변우민의 결혼대작전' 코너는 시청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난 1월 노총각, 노처녀인 변우민과 안문숙을 대상으로 그들의 눈물겨운 결혼까지의 과정을 꼭 이뤄내겠다고 기염을 토하며 시작한 새천년 기획시리즈 `안문숙, 변우민의 결혼대작전'.
관찰일기 형식의 이 프로그램은 주인공들이 스타라 호기심을 자극한 면도 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적령기를 넘어서 결혼을 못한 두 성인 남녀가 진정한 자신의 동반자를 찾도록 `잘됐으면…'하는 애타는 마음으로 바라본 시청자도 많았다.
그런데 이 코너가 지난 2일 막을 내렸다. 아무 소득 없이.
이유는 변우민, 안문숙의 스케줄 조정의 어려움과 맞선을 보는 상대들이 이들 연예스타를 만나는 걸 추억거리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는 등의 현실적인 결혼 성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끝을 냈다.
이러면 이제까지 이 프로그램을 봐 온 시청자는 뭐가 되나. 첫 방송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데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일을 추진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는 왜 보였을까.
처음부터, SBS TV `기분좋은 밤'의 `결혼할까요'처럼 어느 정도 마음이 통하는 상대방을 엮어주는 수준에서 그쳤으면 아무 말도 없었을 것을, 의욕은 의욕대로 부리고 스스로 체면을 구기면서 시청자들을 실망시키는 지 모르겠다.
`일밤' 제작진은 전날(1일) KBS 2TV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을 보면서 더욱 속이 쓰렸을 것이다. 똑같이 새천년 기획시리즈로 출발한 `초전박살' 시리즈는 목표(강호동이 두자리수 몸무게에 도전하는 것)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늑대야∼'를 외치기보다 시청자를 무서워하고, 약속을 지키는 방송의 모습이 아쉽다.
[신남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