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1이닝 무실점… ML확실
기사입력 2000년 04월 03일 12시 14분
애리조나 `핵잠수함' 김병현(21)이 미국진출 2년만에 빅리그 개막전 엔트리 진입을 거의 확정지은 가운데 마무리의 중책까지 떠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막전 엔트리 제출 마감일인 3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벅 쇼월터 감독은 라스베이거스 캐시맨 필드에서 `빅리그 위크엔드' 이벤트의 하나로 치러진 오클랜드와의 시범경기가 끝난뒤 "어깨통증을 호소한 마무리 매트 만테이를 15일짜리 부상자 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만테이의 뜻하지 않은 공백으로 40세 노장 마이크 모건과 마지막 남은 미들맨 한자리를 놓고 다투던 김병현은 모건과 함께 동시 메이저 입성이 확실해졌다. 김병현은 LA 다저스 박찬호(27)에 이어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된 두번째 한국인으로 기록된다.
쇼월터 감독은 경기직후 마감 5시간전인 것을 의식, "오늘 경기 성적까지 포함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으나 "김병현이 캠프에서 보여준 놀라운 성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이날 오클랜드전서도 2－9로 뒤진 8회말 4번째 투수로 나와 1이닝동안 안타와 4구를 하나씩 내줬으나 3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김병현은 오클랜드전 포함, 올 캠프 12경기에서 삼진 27개를 잡아내며 3세이브 방어율 4.26을 기록했다.
`애리조나 리퍼블릭'의 마크 곤잘레스 기자는 "김병현 이외에 다른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12⅔이닝동안 27개의 삼진을 잡은 투수를 두고 어떻게 다른 투수를 찾겠는가"라고 확신하는 등 현지 언론 역시 김병현의 마무리 등극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병현은 올 캠프에서 언드핸드스로 투수로는 믿기 어려운 최고시속 155㎞의 강속구와 슬라이더 커브 등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했다. 특히 투스트라이크 이후 과감한 정면승부로 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며 한때 메이저리그 탈삼진 1위에까지 올라 코칭스태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라스베이거스(미 네바다주)＝김우석 특파원 kwooseok＠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