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박호빈 '말보다 몸짓이 편해요'
기사입력 2000년 03월 30일 14시 38분
"제가 말을 잘 못하지만 한 번 얘기해 보죠."
내달 1∼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코로나'라는 주제로 공연을 갖는 안무가 박호빈(33).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공연에 대해 좀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나는 눌변"이라고 입을 뗐지만, 느릿느릿하면서도 제 할말은 다 한다.그 품새가 영락없이 그의 고집스런 작품세계다.
"이번 작품은 불안, 고독, 기억 등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렵고 추상적이다. 그러니 그에겐 차라리 말보다는 몸짓이 더 편하다. 그가 무용을 하는 이유기도 하다.
"때론 몸짓이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무용의 매력이죠. 내 몸짓을 통해서 내 자신과 관객들이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안무가 부부로도 유명하다. 부인 조성주씨(34). 그녀는 무용가로서, 남편으로서 `박호빈'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
"직관력이 훌륭한 안무가죠. `무용'으로만 한정할 수 없는 예술적 감성이 그가 만드는 무대를 더 풍요롭게 해 줍니다. 남편으로서는요? 글쎄, 순수하고 맑은 영혼,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에요."
마치 음악가부부인 비올리스트 양성식@피아니스트 백혜선 커플같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남편과 그보다는 분석적이고 이성적인 부인. 색깔이 다른 두 세계의 어울림이다.
아직 박@조 부부에겐 아이가 없다.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글쎄, 1∼2년 안에는 이쁜 아기를 갖고 싶다"는 대답. 그러나 박호빈은 삼성문화재단이 뽑은 제 4기 맴피스트 안무과정에 선발되어 오는 5월 1년 6개월간의 프랑스연수를 떠난다. 부인 조성주의 말이 걸작이다.
"저도 일 때문에 가끔은 프랑스에 들러야 해요. 그럼 뭐, 어떻게 되지 않겠어요?"
(02)2272-2153.
[이형석 기자 evol9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