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객 여권 노리는 검은손 조심
기사입력 2000년 03월 29일 14시 50분
`여권 조심！'
해외여행에 나선 한국 관광객들의 여권을 노리는 전문 털이범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분실 여권은 국제 범죄에 이용될 뿐아니라 여권을 잃어버린 여행객들은 졸지에 `국제 미아' 신세가 되는 일이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올초 해외 배낭여행에 나선 대학생 A군 등 2명은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여권을 도난당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아시아인으로부터 술을 한 잔 사겠다는 제의를 받고 무심코 따라간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 외국인은 유창한 한국말로 "몇년동안 한국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일했는데 당시 한국인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고향 사람을 만난 것 같으니 술을 한 잔 대접하겠다"고 유혹했다는 것.
이 대학생들은 아무 의심없이 이 사람을 따라갔다가 약을 탄 술을 마신 뒤 의식을 잃어 갖고 있던 돈과 여권을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이들은 그후 대사관에 여권 분실신고를 했으나 신원 조회가 강화돼 `임시 여권'을 받는 동안 며칠간 현지에서 체류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또 올초에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여권을 통째로 분실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현지 여행가이드인 김모씨(35)는 "한 여행사 직원이 관광객 20여명의 여권을 보관하고 있다가 통째로 잃어버렸다"며 "집시나 전문 소매치기범의 범죄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씨는 "아마 이같은 여권 분실사고는 한해 수십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한국인의 여권이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한국 여권이 비싼 가격에 암거래되고 있기 때문.
도난 여권은 국제 브로커를 통해 중국 조선족의 손에 넘어가 위조 여권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국인의 여권은 15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 비자가 있는 여권은 최하 5000만원선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권 분실 사고가 잇따르자 현지 공관에서는 각 여행사에 공문을 보내 관광객들의 여권을 개인이 각각 보관토록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여권을 분실하면 현지 대사관에서 임시 증명서를 받을 수 있으나 여권 분실사고가 잇따르자 신원 조회가 강화돼 며칠간 현지에 체류해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외무부 관계자는 "한국 여권을 위조해 불법 입국 등에 악용하는 국제 범죄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므로 한국 여행객들은 여권 취급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로마=강병원 기자 hospit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