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이세돌 3단 승승장구에 바둑계 술렁
기사입력 2000년 03월 29일 14시 50분
목포에서 뱃길로 두시간쯤－. 병풍처럼 둘러쳐진 다도해 사이에 길죽하게 엎드린 섬이 바로 비금도다.
삼한시대에 시작된 `청정해역'의 맑은 기운이 천 몇백년이 지난 오늘에야 뭍으로 뻗치는 것일까.
`비금도의 자랑'인 이상훈-이세돌(이상 3단) 형제 기사가 새 천년들어 판도가 어지럽게 변하고 있는 바둑계에 또 한차례 일진광풍을 몰아오고 있다.
두 형제는 지난 27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SK가스배 신예프로 10걸전 본선리그 첫판에서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이뿐이 아니다.
3남 2녀중 맏이인 이상훈 3단(25)은 제10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본선 20국에서 윤현석 3단과 302수까지 가는 대접전끝에 흑 3집반승을 따내 최종 결승 3번기에 진출, 생애 첫 타이틀 쟁취를 바라보고 있다.
막내인 이세돌 3단(17)은 1월 25일 제12기 기성전 1차예선 1회전에서 옥득진 초단을 이긴 이래 17연승의 신바람으로 다승, 승률 1위의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세돌 3단은 지난해 제5기 박카스배 천원전을 포함해 7개 기전 연속 본선 진출의 대파란으로 바둑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변성도 안되고 얼굴에 어린 티가 채 가시지 않는 이세돌 3단이 새해들어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사춘기 소년의 들썩거림을 완전히 씻고 마음의 평정을 얻고 있기 때문.
폭발적인 기력에 관조(觀照)의 묘미까지 터득, 타이틀 한개쯤은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판국이니 형 이상훈 3단이 자신의 공부를 제치고 막내의 응원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
연습 대국은 거의 않지만 동생의 기력이 증진되도록 여러모로 힘을 써주고 있다.
새 천년 1/4분기 돌풍의 핵이 루이 나이웨이 9단이라면 2/4분기의 주역은 이들 `비금도 형제'가 아닐까.
[김수인 기자 victorin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