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연출, 실감 연기의 승리 KBS'왕과 비'
기사입력 2000년 03월 28일 13시 52분
KBS 1TV 대하드라마 `왕과 비'가 지난 26일로 막을 내렸다.
98년 6월6일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조선초 문종부터 연산까지의 6대 임금을 다루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세조, 인수대비, 폐비윤씨, 연산군 등을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춰 조명한 것은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을 만 하다. 작가(정하연)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표현과 함께 정사와 야사를 인용, 드라마적 재미를 부여하며 끝까지 균형감각을 유지했다.
`왕과 비'가 더욱 빛나는 것은 IMF를 견뎌낸 드라마란 점이다.
사극 사상최대인 16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용의 눈물'의 뒤를 이은 `왕과 비'는 출발부터 제작비 삭감의 악조건을 겪었다. 사극의 대규모 신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등장인물도 최소화될 수 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연출자가 종영파티장에서 연기자들에게 제작비와 관련된 유감의 뜻을 가장 먼저 전했을까.
그러나 연기자들의 명연기, `제2의 건국'을 표방하며 기획안을 새로 쓴 연출진의 뚝심은 `왕과 비'를 시청률 40%대의 인기드라마로 이끈 비결이었다.
김성령, 안재모 등이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10년만에 MBC에서 돌아온 채시라도 제2의 도약이 가능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드라마를 왕과 왕비의 이야기로 양분해 여성정치를 그리겠다는 포부가 여인들의 궁궐암투 정도로 그친듯하고, 중반부의 늘리기에 비하면 막판에는 얘깃거리들이 지나칠 정도로 압축됐다.
연산군은 마지막 방송에서 `용서'란 두글자를 남기며 숨을 거뒀다.
1년10개월간 권력의 무상함과 인간의 고뇌를 그린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농축한 단어로 해석됐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왕과 비'는 드라마의 한획을 그은 좋은 드라마로 기억될만 하다.
[이유현 기자 you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