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진, 해태전 2이닝 호투
기사입력 2000년 03월 27일 12시 10분
아파서 공도 못 던진다던 롯데 박석진(28)이 마운드에 올랐을 때 다들 숨을 죽였다.
기대 반, 우려 반. 두 자리 승수(11승3패) 투수인 데다 시범경기 첫 등판이라 더했다. 26일 사직구장 해태전.
사실 박석진이 나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왼무릎 통증으로 오만상을 찌푸렸던 그였다.
12－6으로 앞서 있던 6회초 박보현으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첫 상대 홍세완을 삼진으로 잡으며 기분좋게 출발, 2이닝 동안 7타자를 맞아 1안타만 내준 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몸도 풀겸, 실전감각도 살릴겸 해서 던진 게 이 정도니 페넌트레이스에 들어서면 가위 볼만할 것 같다. 아직 밸런스를 다 찾지는 못했다. 왼다리의 힘이 오른쪽과 균형을 맞추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한 형편이다.
무게중심이 흔들리면 변화구가 제대로 먹혀들 리 만무한 법. 그래서 이날은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졌다. 직구 최고 속도는 143㎞.
"모처럼 던지니 기분이 너무 좋더라구요. 이젠 무릎 통증도 없어져 좌우 힘의 균형만 되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석진의 공은 여전히 예리했다. 타자들 아랫도리를 바람처럼 스치며 포수 미트에 벼락같이 꽂히는 게 여간 힘차지가 않았다. 하기야 지난해 포스트시즌 MVP를 거머쥔 `황금팔'이 아니던가.
그에게 부상의 악령이 달라붙은 건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 때였다. 오른쪽 허벅다리 근육통을 대수롭잖게 여기고 훈련욕심을 부린 게 왼무릎 통증으로 이어지면서 그나마 던지던 공마저 놨다.
이후 훈련은 자연 체력중심으로 흘렀다. 그런 그가 감각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석진은 양상문 투수코치의 주문대로 실전을 통해 밸런스를 되찾기로 했다. 그래서 28일 한화와의 시범 마지막경기와 이후 자체 청백전 등에 잇따라 등판할 계획이다.
[부산＝최재성 기자 kka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