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윤호진 '꽉찬 객석 뮤지컬 사랑 실감'
기사입력 2000년 03월 26일 16시 24분
지난 3월21일 저녁, 난 세종문화회관에 있었다. 스포츠조선 주최로 연린 I Love Musical공연과 뮤지컬대상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그 화려한 시상식은 `우리 뮤지컬이 이렇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한 뜻깊은 공연이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앞서 4일간 뮤지컬 공연을 한 뒤, 그 축제 분위기를 마지막날 연결해서 대망의 마무리를 짓는 첫번째 공연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3일간의 공연 끝에 시상식을 맞이한 배우들은 탁월한 호흡과 무대 매너로 한국 최고의 축제 행사임을 한껏 과시했다. 3층까지 꽉 찬 관객은 지난해 한국에서 공연했던 뮤지컬과 세계적인 작품의 아리아들을 감상하는 멋진 경험으로 흥분해 있었다.
유인촌과 김혜수의 사회로 이루어진 이번 공연의 상은 태풍이 모두 휩쓸었다. 서울예술단에서 공연된 뮤지컬 태풍은 총 7개 분야를 석권하는 기록을 남기면서 지난해 최고의 작품이었음을 과시했다.
지난해 예술의 전당과 호암아트홀에서 공연하여 신인 뮤지컬 배우들의 발굴에 큰 몫을 했다고 평가받았던 뮤지컬 페임은, 그런 언론의 평가답게, 여우신인상과, 남우조연상, 그리고 최고의 상인 앙상블 상을 받았다.
상을 주고받는 것은 특별한 감흥이 있다. 주는 즐거움과 받는 흥분 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시상식장은 뜨거운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래서 목메어 우는 수상자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최고의 드라마를 연상케 했다. 그 중 뮤지컬 페임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방정식은 시상식 자리에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객석에 앉은 나도 보면서 특별히 많은 감회가 오고갔다. 그 배우는 지난해 페임 공연당시, 코러스 역을 맡았었으나, 주연급 배우의 견 탈골 부상으로 극적으로 주연에 캐스팅 된 배우다. 공연 3일전에 밤새 연습을 해 노래가사를 빼먹어가며 무대에 서기 시작했던 그가,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 조연 역을 탁월히 소화해 내면서 최고로 잘 한다고 인정받는 배우로 떠오른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기회를 주게 된 그 선배의 이름과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 섞인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렇다. 결국 그 상은 견 탈골 부상으로 공연 3일을 앞두고 무대에 서지 못한 그 배우와 함께 나누어야하는 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으리라.이처럼 시상식장에서 우리는 많은 지난 것들을 풀어내고 씻어낸다. 무대의 그 수많은 그 수상자들에게 이와 같은 우여곡절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툭툭 내 뱉는 거친 감격의 한마디 한마디들은 생생한 다큐멘터리 드라마였다. 예측할 수 없는 수상소감을 듣는 즐거움과 함께, 시상식 사이사이 진행되는 축하공연도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수준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가슴 뿌듯했다.
앞으로도 이 행사가 한국 뮤지컬의 발전을 대변하는 나날이 발전하는 훌륭한 뮤지컬 시상식으로 성장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공연관계자들이 좋은 작품을 우선 많이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해가 갈수록 더욱 많은 작품이 경쟁에 붙어 상 주기가 힘들만큼 경쟁력 있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올 한해도 한국 뮤지컬에 많은 발전이 있기를 빈다.
최주봉, 박인환, 윤복희에서부터 이름 모를 코러스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어서, 그리고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었다고 여겨진다. 그 이름 모를 코러스가 훗날 원로배우가 되어, 내가 이 무대에서 코러스로 출연했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는 발전을 이룩하길 빈다. 시상식장에서 하루종일 분주히 뒷일을 보고있던 스포츠조선 이하의 모든 스태프들에게도 존경의 뜻을 표하고 싶다. 정말 큰 일 했다고.
[연극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