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이종범의 '눈물젖은 빵'
기사입력 2000년 03월 24일 13시 42분
이종범에게는 유난히 별명이 많았다. `날쌘돌이' `제비' `바람의 아들' `도루의 귀재' 등 대부분 야구를 하면서 얻은 것이고, 그것도 뛰어난 플레이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프로야구 해태에 입단한 93년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한데 이어 94년 7개의 신기록을 세우면서 타율, 최다안타, 도루, 출루율의 4관왕에 올라 페넌트레이스 MVP까지 거머쥐면서 자연스럽게 `야구천재'로 불리게 됐다.
지난 97년 12월 일본프로야구 주니치드래곤즈에 입단한 이종범은 5년간의 한국프로야구에서도 타격과 도루 등에서 값진 기록을 쏟아내 `야구천재'로서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천재'라는 최고의 수식어가 붙는 각계 인물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농구의 허 재, 씨름의 이만기, 바둑의 이창호 정도이다.
그 `야구천재'가 지난 7일 2군행을 통보받고 지금은 주니치 2군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본진출 첫해인 98년은 팔꿈치 부상으로, 99년에는 10일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적은 있지만 정식 2군 추락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2군행을 놓고 일부에서는 지난해 가을 부친의 병환으로 자율훈련에 빠지는 과정에서 호시노 감독의 `괘씸죄'에 걸렸다는 설도 무성하지만 프로세계에서는 실력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종범이 올시즌의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출신인 딩고와 고메스를 압도하는 기량을 과시했다면 2군 추락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이종범은 2군에서 유격수 중견수 좌익수에 이어 지난 21일 다이에전에서는 14년만에 3루수로 출전하는 등 혹독한 강훈을 쌓으면서 자신을 추스리고 있다.
그러나 오전 7시30분 기상에 오후 1시 경기, 그리고 훈련 또 훈련의 난생 처음 겪는 2군생활의 강행군에 이종범은 언제부터인가 값싼 소주를 기울이며 찢어진 가슴을 달래고 있다고 본지(3월23일자) 나고야 특파원은 전하고 있다. 그리고 부인 정정민씨가 3월14일자 스포츠조선에 공개한 편지를 팩스로 받아본뒤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야구천재'에서 이제는 초라한 2군선수로. 그러나 이종범은 머잖아 보란듯 호쾌한 타격과 멋진 플레이의 당당한 모습을 고국의 팬들에게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 시련이 클수록 영광도 크다고 했다. 이종범 화이팅!
[부국장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