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연예계 팔방미인 매니저 역할
기사입력 2000년 03월 23일 13시 37분
연예계의 팔방미인, 혼날 때는 대타, 카레이서 역할에 경호까지….
누구에 대한 설명일까? 어떤 한 사람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바로 `매니저'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능력 그리고 해야할 일까지 열거를 한 것이다.
그만큼 연예인과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 하는 매니저가 맡아야 할 일은 실로 엄청나다. 옆에서 지켜보면 몸이 열 개라도 어려울 정도로 소속 연예인의 뒷바라지를 해내고 있다.
최근에는 각 매니지먼트사에 매니저를 꿈꾸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한다. 또 몇몇 매니지먼트사에서는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지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채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마다 그 경쟁률이 치열하다.
연예인의 `허드렛일, 잡일을 해주는 사람' 또는 과거 일본말이 섞인 말로 `가방모찌'로 불리던 매니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많아진 것은 "밑바닥에서부터 착실히 실력을 쌓다보면 연예인 이상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성공신화를 꿈꾸기 때문이다.
현재 연예계의 `머다스 손'으로 자처하는 사람들을 보면 확실히 매니저 중 가장 아래 단계인 로드매니저부터 시작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매니저에겐 소속 연예인의 신상관리가 중요하다. 단순하게 드라마 출연이나 CF 출연을 성사시킨다고 해서 훌륭한 것이 아니라 소속 연예인에 대한 `밀착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말이 좋아 `밀착관리'이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연예인의 사생활 관리를 의미한다.
`뒤치다꺼리'라고 표현한다면 심하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 지 몰라도 확실히 연예인의 사생활 관리는 `캐스팅'보다 중요한 일이다. 좋은 배역은 능력과 인기가 있으면 일은 저절로 찾아온다.
하지만 사생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최근 2년 만에 컴백해 어렵게 연예계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탤런트 B양처럼 말 그대로 `한방에 이 바닥을 뜨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톱스타 B씨의 로드매니저로 연예계에 입문, 지금은 어엿하게 회사의 대표가 된 K씨. 그는 톱스타 B씨가 사귀던 여자 탤런트 B양을 때려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하게되자 B양을 달래면서 말이 새나가지 않도록하고, 여러 가지 알리바이를 동원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 촬영 펑크 잘 내기로 소문난 영화배우 C양의 매니저 K씨는 그녀가 늦어도 언제나 "죄송합니다. 감독님, 제가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라며 죄를 뒤집어쓴다.
거짓말을 하는 게 매니저가 해야할 일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매니저의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연예인이 욕 먹어야할 일 대신 욕먹기'다.
그래서 악역으로 소문난 매니저 중에서도 의외로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매니저들을 보게 되는데 "모두 알아, 힘내라"라고 어깨를 툭 쳐주고 싶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