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라인] 이동국 '병상의 형'에 눈물
기사입력 2000년 03월 22일 14시 22분
요즘 `라이언 킹' 이동국(21．포항)은 심란하다.
지난달 골드컵서 입은 오른 무릎 부상이 재발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형 이동익씨(26．대학생)가 병상에 누워있기 때문이다.
이달초 형 이씨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쓰러졌고 포항 시내의 병원에서는 병명 조차 확인이 안돼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진단 결과 이씨는 원인 불명의 소화기관이 부어 오르는 병으로 이미 소화기의 일부를 절제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 것으로 밝혀졌다.
개막전에 대비해 구슬땀을 흘리던 이동국은 지난 11일 만사를 제쳐 두고 서울로 올라왔다. 하지만 이동국이 본 형은 어릴적 한없이 커보이던 모습이 아닌 8시간의 대수술에 탈진한 고통스런 환자의 모습이었다. 그날 이동국은 포항행 비행기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개막전을 뛰면서도 형의 조직검사 결과가 궁금했다. 서울 을지병원서 무릎 진단을 받기 위해 21일 상경한 이동국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정작 형이 누워 있는 순천향병원이었다. 1차검사 결과 다행히 중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직 최종 검사가 남아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형이 걱정 돼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요. 예전처럼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 밖에 없습니다."
이날밤 이동국은 병상의 형을 지켰다. 이씨 곁에서 새우잠이 든 이동국은 아마 꿈속에서 어릴적 건강하던 형을 만났을 것이다.
[서태원 기자 wak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