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앞세운 작위적 전개 옥의 티 MBC '허준'
기사입력 2000년 03월 21일 14시 45분
60%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허준'의 인기비결은 `재미'다.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도 이 재미라는 구성요건이 빠지면 시청자들은 외
면하기 십상이다.
`허준'은 사극이란 다소 무겁고 진지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임현식 이희도
등 감초연기자들을 동원한 코믹한 대사와 상황설정을 적절히 가미, 바람몰
이에 성공한 드라마라는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현대극에서 볼 수
없었던 고전적인 유머와 위트가 배꼽을 빼며 시청자들을 빨려들게 한다.
"아, 글쎄 탕약재 닷근이라고 하면 될 일을 굳이 `오근'이라고 할게 뭔
가. 그 인간이 일부러 내 이름을 불러서 무시하려는 속셈이 아니겠는가?"
`임오근'이란 이름으로 등장중인 임현식이 허준을 찾아가 한때 하늘처럼
모시던 상전 유도지를 험담하고 그와 맞딱뜨린뒤 금방 공손한 태도로 일변
하는 상황연기는 이런 재미요소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준'은 성공한 사극으로 지칭하기엔 노출된 문제점
이 너무 많은 작품이다. 역사적 고증에 소홀했다는 지적은 차치하고라도
허준에게 의술을 전수하고 해부까지 하게 한 것으로 처리된 유의태는 허준
보다 100년 늦게 살았던 인물임이 밝혀진지 오래다.
남녀노소 폭넓은 시청층을 자랑하기 앞서 허구에 가려진 재미만을 추구하
다 자칫 역사적 사실까지 오도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또 당초 40회로 짜여진 분량이 인기몰이에 힘을 얻으면서 66회로 늘어났
다. 그러다보니 창작이 불가피해졌고 원래 의도했던 내용과 전혀 상관없
는 부분이 사족으로 끼어들게 됐다.
드라마의 속성상 한번 붙은 열기가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겠지만, 실존했
던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삼은 이상 시청률과 상관없이 설득력있는 드라마
를 만드는데 최소한의 노력과 관심을 쏟을 필요는 있다.
[강일홍 기자 e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