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고 땀으로 쓴 '스포츠조선 특종'
기사입력 2000년 03월 20일 17시 08분
`기자는 특종에 살고 특종에 죽는다.'
기자들 사이에서 특종은 진흙속에 숨겨져 있는 보석이라고 한다.
그 보물찾기는 실로 많은 어려움을 동반한다.
기자가 갖춰야할 기획력, 추진력, 판단력, 순발력 등 아름다운 덕목을 필
요로 하기 때문이다.
특종은 기자 개인의 영광일 뿐 아니라 신문의 성가(聲價)를 높이는데 결정
적인 역할을 한다.
스포츠조선은 지난 90년 창간이후 스포츠, 연예 부문에서 크고 작은 특종
을 수도없이 발굴했다.
스포츠조선은 그중에서도 낙양의 지가를 올렸던 10대 대특종을 골라, 독자들과 함께 당시의 기쁨을 같이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서갑숙 성체험고백서 파문
연예인이 책 낸다는 게 별 일도 아니었고, 서갑숙은 또 그렇게 잘 나가는
젊은 스타도 아니었기 때문에 지난 가을 받아본 그녀의 책은 처음 안중에
없었다.
그러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싶다'란 제목부터 목차속에
나열된 `9시간의 정사' `사랑의 공유' `멀티 오르가슴' `하복부일각에 대
한 소고' 등 단락제목은 말그대로 센세이션했고, 내용은 `이렇게 적나라할
수 있을까'싶을 만큼 대담했다.
그날 저녁으로 기자는 서갑숙을 인터뷰했고, 이것이 99년 하반기를 떠들썩
하게한 `서갑숙 성고백서 파문'의 시초가 됐다. 무엇보다 자신의 섹스얘
기, 그리고 11명의 남자와의 섹스얘기를 속속들이 밝힌다는 것 자체부터 놀
랄만한 일이었는데, 얼굴알려진 탤런트가 `그런 일'을 하다니.
반향은 컸다. 간행물윤리위에서 `19세미만 구독불가'란 주홍글씨를 줬고,
기자회견까지 열었으며, 한여자가 자신의 성체험을 쓴 것 갖고 검찰이 내사
까지 하는 넌센스도 있었다.
한 여성의 `용감한 성해방'인가, 아니면 자신을 판 `외설과 상업성'인가.
PC와 인터넷에는 논쟁이 엄청나게 떴다. 서갑숙은 `사랑의 상처에 대한 치
유'와 `완전한 사랑을 향한 탐구'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비난의 화살과 파문의 크기에 비례해 서갑숙의 책은 70만부나 나갈 정도
로 불티가 났다. 수억원을 번 서갑숙은 지금 박철수 영화의 주인공으로 촬
영을 앞뒀다.
◇KBS 신인탤런트 누드실습.
탤런트 오현경의 `엘로우 비디오'와 서갑숙의 `빨간 책'이 이 시대 남자들
의 관음증(觀淫症． Voyeurism)을 자극했다면 이보다 훨씬 전인 92년 1월
일대 충격적인 누드사건이 터졌었다.
아직 공채 탤런트로 채용되지 않은 KBS 예비 남녀 탤런트 34명이 집단으
로 옷을 훌훌 벗어던졌던 것.
`몰입을 통한 집중력 연습'이란 내용의 `아담과 이브' 수업시간을 담당했
던 강사는 전위예술가로 유명한 모 예술대전문대 K모 교수였다. 그 교수옆
에는 현장 교육담당인 L모 PD가 있었다.
교수의 솔선수범에 나머지 제자들이 하나둘씩 벌거숭이가 됐다.
어떤 여자 탤런트 지망생은 훌쩍거렸다지만.(아마도 이 지망생은 수업분위
기를 망쳤으므로 탈락됐으리라는 추측이 듦)
이 사건은 `KBS 남녀 탤런트 집단 누드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됐
다.
스포츠 조선 1면의 화려한 장식에 잇따라 상대 스포츠지는 물론, 종합지,
주－월간지 등이연일 흥분했다.
그만큼 소재가 가져다준 사회@문화적 충격은 컸다.
"벌건 대낮에 그것도 공영방송인 KBS안에서 남녀 탤런트 지망생들이 실오
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누드 실습을 했다는 사실은 말도 안 된다"고
일갈한 당시 KBS 고위간부 P씨는 지금 현역의원이다. 당시 드라마제작국장
과 담당부장, 담당 PD는 그 자리에서 보직해임됐고 지도교수인 K교수는 학
교에서 쫓겨나야했다. 당시 누드대열에 포함돼 있던 탤런트 L모군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톱 탤런트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