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더 자연친화적인 21세기 레포츠 산업
기사입력 2000년 03월 20일 16시 36분
`더 스릴있고, 더 힘들고, 더 자연친화적인….'
21세기 미래형 레포츠를 규정짓는 세가지 조건이다.
언뜻 과학@기계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레포츠는 보
다 기계 의존적이고, 보다 인공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최근 10여년간의 레포츠 발전 양상을 잘 관찰해보면 오히려 거꾸
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층 농도 짙은 스릴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가운데, 보다 거칠고 예측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진 자연속에서 몸으로 직접 부딪치는 터프한 레포츠가 득
세하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철인3종경기. 수영@자전거@마라톤을 연달하 하는 철인3종경기
는 인간의 체력과 정신력을 한계상황까지 몰고가는 극한스포츠의 대표격이
지만 일반 참가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엔진 등 기계적 힘이 아닌, 인간 자체의 힘이나 바람, 중력, 물살 등 자연
의 힘을 이용하는 윈드서핑,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급류카약 등이 세
를 불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 1990년대 한국에서의 래프팅 대중화는 이
같은 기반 위에서 가능했다.
외국에서는 돛을 단 썰매로 남극을 횡단한다든가, 부력만 있고 추진력은
없는 열기구를 타고 바람을 이용해 지구 일주 비행을 하는 등 다양한 형태
의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등반에서 한층 극명하게 나타난다. 히말라야 등 고산등반
에서는 루트상의 장애물을 우회하지 않고 똑바로 올라가는 직등주의에 이
어 공기탱크의 도움을 받지 않는 무산소 등반이 대세다. 공기탱크를 쓴 경
우 등정 자체를 인정받지 못할 정도.
암벽등반에서도 볼트, 하켄 등 인공물의 도움을 받지않고 어렵게 올라가
는 `하드 프리(Hard Free)'가 불문율이 되어가고 있다. 심지어 암벽화와 초
크(바위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손에 바르는 가루)만을 써서 암벽
을 혼자서 오르는 `프리 솔로(Free Solo)'도 등장했다.
이처럼 자연의 위협에 정면으로 맞서는 레포츠가 세를 불리고 있는데는 그
같은 레포츠에 사용되는 의류 등 장비 소재의 발전도 큰 힘이 됐다. 기온,
기압, 수압에 견딜 수 있고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휴대하기 편하도록 가벼
운 소재로 만든 장비의 등장으로 자연의 힘에 대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송철웅 기자 sim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