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파워-기술 겸비한 좌타자
기사입력 2000년 03월 20일 14시 06분
어느 스포츠를 막론하고 지도자들은 `흙속의 진주'를 찾는데서 항상 희열을 맛본다.
요즘 해태 김응용 감독도 오랜만에 그런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바로 새내기 외야수 양현석(22) 때문이다.
해태로선 양현석을 공짜로 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럭저럭 쓸만하다는 신인들이 뻑하면 `억'소리가 나는 판에 그의 계약금은 고작 4000만원.
동대문상고를 나와 지난 2월 경희대를 졸업한 양현석은 철저히 무명이었던 선수. 그러나 해태에 입단한 뒤, 말 그대로 `괄목상대'했다.
5차례 시범경기서 양현석은 3할4푼8리(23타수 8안타)의 타율에 3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타율 3위에 오른 해태의 리딩히터 장성호(3할1푼8리)를 능가하는 기록이다. 시범경기에 앞서 가진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서는 5할(18타수 9안타) 방망이를 휘둘러 구단 관계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19일 시범경기서 현대 에이스 정민태가 4이닝 동안 7안타의 뭇매를 맞은 이유도 알고보면 양현석의 작품이었다. 1회에 3번 타자로 나온 그가 정민태의 강속구를 깨끗한 좌전안타로 만든 것. 자기 몸값의 1할도 안되는 풋내기에게 제대로 한방 얻어맞았으니 정민태의 속이 얼마나 끓었을까.
좌타자인 양현석은 파워와 기술을 고루 갖췄다는 게 김성한 타격코치의 설명. 스윙 스피드가 빠르며 신인답지 않게 임기응변에도 능해 밀고 당기는 소질이 제법이란다.
칭찬에 인색하다는 김응용 감독이 "정말 오랜만에 괜찮은 신인이 들어왔다"며 `심봤다'를 외칠 정도이고 보면 다른 팀 투수들이 한동안 신경 좀 써야 할 것 같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