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우 초현실 감성영화 '비밀'서 신비한 사랑 진땀 촬영
기사입력 2000년 03월 19일 15시 54분
봄 햇볕이 따뜻한 경기도 양수리 종합 촬영소에서 만난 김승우(32). 노란 벽에 기대어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그에게 그늘이 보인다. 비밀을 가득 안고 있는 듯한 느낌. 극중 캐릭터에 맞게 살을 무지막지하게 뺐기 때문일까. 뭔가 달라보인다.
"격정과 고독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에요. 평범한 일상을 180도 바꿔놓을 신비한 사랑을 경험하게 되죠."
초현실 감성영화 `비밀'(박기형 감독－다다필름 제작)은 보험회사 사고 조사팀원인 한 남자와 초능력 소녀의 신비한 교감을 그리는 영화다. 그가 맡은 이구호는 일상에 지친 30대의 직장인으로, 홍미조(윤미조)를 통해 초능력의 세계를 접하고 사랑에 빠진다.
김승우는 사실 멜로 연기에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영화 `깊은 슬픔'에선 강수연, `고스트 맘마'에선 최진실, `남자의 향기'에선 명세빈, MBC TV `신데렐라'에선 황신혜와 이승연. 신인에서부터 내로라하는 스타들까지 사랑을 경험해봤다.
이렇게 `역전의 노장'이지만 `비밀'은 다르다.
윤미조의 실제 나이는 16세. 김승우와 정확히 열여섯살 차이가 난다. 엄청난 세대차. 윤미조는 손에서 핸드폰이 떠나지 않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N세대다. 40㎏도 안되는 몸매가 여리기 짝이 없다.
남들은 "여복을 타고 났다"고 부러워하지만 이건 속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키스 장면부터가 쉽지 않다. 베테랑답지 않게 30여번의 NG를 냈다.
"처음 미조를 보는 순간 진짜 초능력 소녀를 만난 것 같았다"고 하는데, 구호의 표정 연기가 만만치 않다고. 무조건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고 될 것도 아니고, 초능력 소녀와의 에너지 교류, 그 끝에 싹튼 사랑. 이거 참, 어렵다.
여기에 설상가상, 속도감있는 화면을 원하는 박기형 감독은 커트를 잘게 나누어 촬영을 한다. 총 커트 수가 1200여회를 넘어서니 날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다. 현장에선 "우리 지금 액션영화를 찍고 있냐"고 말할 정도다.
덕분에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몸무게가 제자리 걸음이다. 촬영 시작 전에 눈물나는 다이어트로 10㎏ 뺀 상태, 그대로다. 얼굴에도 뾰루지가 잔뜩 났다.
김승우는 `죽을 맛'이라지만 박기형 감독은 대만족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박감독답지 않게 "프로연기자답다.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낸다 "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김승우의 달라진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싱글벙글이다.
`비밀'은 6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촬영이 끝나는 4월 초까지 `비밀' 이외의 모든 일은 중지, `24시간 스탠바이'라는 김승우는 "관객들을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전상희 기자 f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