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팔고 결혼 정보도 알려주는 카페 등장
기사입력 2000년 03월 19일 15시 45분
서울의 전철 2호선 이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아현동 방향으로 100m쯤 걷다보면 `성화웨딩'이라는 가게가 나온다. 그 건물 2층에는 상호도 이상한 `드레스 입은 남자'라는 카페가 있다.
당신이 멋모르고 그 카페에 들어서면 좀 당황할 것이다.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차와 음료가 있는 것은 다른 카페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30여평쯤 되는 카페 한쪽 벽에는 신랑신부들의 대형사진이 붙어있다.
눈을 한바퀴 돌려보면 곳곳에 `별스런 물건'들도 잔뜩 쌓여있다. 중앙에는 나무로 만든 대(臺) 위에 수십권의 결혼사진첩이 진열돼 있다. 그 밑에는 각국 관광청의 신혼여행지 정보 팸플릿이 지역별로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이상한 물건들은 또 있다. 400여권에 이르는 결혼잡지와 결혼관련 단행본 따위가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정작 이상한 것은 사진이나 물건들이 아니다. 잠시 손님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보면 그들 대부분이 예비 신랑신부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이 카페의 정체는 뭘까.
"세계최초의 `웨딩카페'죠."
주인 남 희씨(34)의 설명이다. 차도 팔고 결혼에 관한 정보도 알려주는 카페란다. 주인은 웨딩 코디네이터를 자처하는 유부남.
그는 지난해 5월 인생의 반려 우혜복씨(32)를 맞아들였다. 식을 올리기 전 그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기로 했다.
식장을 알아보고, 여행지 정보를 수집하고, TV와 냉장고를 보러다니고….
친구들은 "여자가 할 일을 사내가 한다"며 "차라리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으라"고 놀렸다. 그런 놀림에는 초연했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기진맥진했다.
"결혼에 관한 모든 정보, 모든 서비스, 모든 상품을 한자리에 모아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죠."
그는 그때 결혼준비와 함께 창업준비도 하고 있었다. 잘 다니던 광고회사를 때려친 직후였다. 홧김에 뭐한다는 얘기가 무색하게 그는 결혼식을 올리고 5개월 후에 `웨딩카페'를 문열었다. 창업 대신 카페를 운영하기로 결심한 것.
`드레스 입은 남자'라는 이색 카페는 이렇게 생겨났다.
카페에는 이제 방대한 양의 결혼관련 데이타베이스가 축적돼 있다. 결혼과 관련한 각종 자료들은 파일로 정리해두고 있다. 서울 지역의 500여 결혼식장에 관한 정보도 CD롬에 담았다.
말만 잘하면 카피라이터 출신의 주인장은 `청첩장 카피'도 써준다. (02)364-2302
[이승호 기자 letit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