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필중 '아플 때도 147km'
기사입력 2000년 03월 17일 14시 48분
`아플 때도 147㎞.'
두산의 `뒷문지기' 진필중(28)은 참 희한한 체질이다. "죽겠다, 죽겠다" 하면서도 마운드에만 올려놓으면 쌩쌩 광속구를 뿌려대니.
요즘 진필중은 양쪽 허벅지와 허리에 근육통을 달고 산다. 원정경기때 다른 선수들이 호텔 주변을 나들이하는 동안에도 꼼짝 않고 방에 틀어박혀 야구 전자오락을 하거나 스포츠 중계를 볼 뿐이다. 이리저리 다니면 다리와 허리가 아파서 못 견딘다. 지난해 프로 전체에서 가장 많은 73게임에 등판해 구원 신기록(52세이브포인트)을 세운 뒤끝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운드에만 올려놓으면 그렇게 씩씩할 수가 없다. 첫등판 예정이었던 16일 광주 해태전이 비로 취소되자 진필중은 연습투구로 몸을 풀었다. 이날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는 147㎞. 아프다고 내내 찡찡대던 투수의 손끝에서 나온 스피드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거기다 포수가 미트를 갖다대는대로 팡팡 꽂히는 컨트롤까지 완벽했다. 칼로 썰어낸듯 휘어 달아나는 슬라이더는 날이 바짝 섰고, 홈플레이트에 다 와서 쑥 떨어지는 낙차 큰 커브도 싱싱하다.
"지금이라도 올라가면 자신 있죠. 지난해도 내내 아프면서 해냈는데요 뭘."
아무리 봐도 부실해 보이는 두산의 올해 선발진. 하지만 아무도 만만하게 보지 못하는 이유는 뒷문을 지키는 진필중이 펄펄 살아있어서다.
[광주＝박진형 기자 ji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