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신병호 파동'은 축구계 공동 책임
기사입력 2000년 03월 16일 14시 16분
국가대표 신병호(23)가 16일 중국 프로축구팀 충칭 룽신이 실시한 입단 테스트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 귀국했다. 그는 지난달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도 입단 불가 통보를 받았었다. 신병호가 누구인가. 황선홍 최용수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한국의 국가대표 아닌가. 그런 그를 중국 프로축구마저 외면을 했다. 한달여 동안 유럽과 중국땅을 떠돌던 그는 현재 엄청난 실의에 빠져있다고 한다. 시드니올림픽 8강진입의 대임을 맡은 그가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한국축구로선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신병호 파동'은 지난해 국내 스포츠계를 들끓게했던 최용수 이적파동과 닮은 꼴이다. 무책임한 에이전트에 이용당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것은 한편의 슬로우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축구의 장래를 위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축구유망주의 해외진출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신병호 파동은 국가대표급 선수가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신병호는 에이전트에 떠밀려 지친 몸을 이끌고 테스트에 나섰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말았다. 프로 드래프트까지 포기하고 오직 에이전트에 몸을 맡긴 채 해외진출을 갈망했던 그에게 조언을 해준 축구계의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이번 사건은 궁극적으로 한건주의에 물든 에이전트와 `왕자병'에 걸린 선수 본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도 결코 자유로울순 없다. 이런식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휘둘려선 안된다. 2002년 월드컵이 눈앞에 다가왔다. 제2의 신병호파동을 막기위한 특단의 조치를 서둘러야 할 때다.
[김 용 체육부 차장대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