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파시미나 숄' 대유행
기사입력 2000년 03월 16일 14시 15분
요즘 `패션 1번지' 압구정동 거리는 온통 `파시미나 숄' 물결이다. 두세 명에 한 명꼴로 파시미나 숄을 걸치고 다닌다. 새 천년 새 봄, 멋쟁이 여심을 사로잡은 첫 패션 아이템이다.
이름도 생소한 파시미나 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달 초.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팔기 시작했다. 이후 한달만에 패션리더들이 모두 포로가 됐다. 20대 초반 직장여성부터 중년층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
특히 탤런트 이승연이 SBS TV드라마 `사랑의 전설'에서 선보인 후, 급격한 인기 물살을 타고 있다.
이 숄은 주로 정장에 소품으로 사용된다. 올시즌 패션 흐름인 검은색．회색 미니멀리즘 정장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다. 특히 색깔이 매우 다양하다. 핑크, 보라, 옥색, 노랑, 하늘색 등 폭이 넓다. 한 장 한 장 손으로 염색, 똑같은 색이 하나도 없다. 개성 연출에 안성맞춤이다.
LG패션 홍보실의 조귀연씨는 "요즘 멋쟁이들의 화젯거리는 단연 파시미나다. 지난 주말 결혼을 앞둔 친구집에 갔다가, 모두 이 숄을 두르고 있어 서로 놀랐다"라고 말한다. 패션 전문가들은 "이대앞, 신촌으로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한다. 동대문시장에는 벌써 `짜가'가 등장했다.
파시미나는 인도어 Pashm(울)과 Mina(보석)의 합성어. 히말라야 2000@ 이상 고원에 사는 양의 털로 만든다. 특히 햇볕을 쬐지 않은 부위인 목과 배의 털만을 사용한다. 양 세 마리가 있어야 숄 한 장이 나온다. 그만큼 귀하고, 귀한만큼 비싸다.
보통 30만원선. 어린 양의 털로 만든 `샤미니'는 100만원이나 한다. 그래도 매장을 찾는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 수십 장 씩 팔린다.
거리에서 만난 여성들은 한결같이 "유행에 뒤질 수 없다" "비싼 값을 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파시미나 숄의 유행은 사실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해 파리, 뉴욕, 밀라노 컬렉션의 최고 인기 아이템이었다. 엘르, 바자, 보그 등 패션잡지들도 앞다퉈 올봄 유행 품목으로 소개했다. 국내 패션리더들이 놓칠 리 없다.
이런 고급 숄의 유행을 보는 시각이 곱지많은 않다. 직장인 천화성씨(36)는 "이렇게 비싼 숄을 둘러야 멋쟁이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위화감이 든다"고 씁쓸해 했다.
그러나 파시미나 숄을 국내에 처음 들여온 `JOON＆CHI'의 한준희사장은 "부드럽고 따뜻한 데다 100% 수제품이어서 정교하다. 실크도 함께 사용,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사계절용이어서 여름까지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타임, 윈 등 4∼5개 숙녀복 브랜드에서도 소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임정식기자 da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