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한 방송 PD의 '공짜 밝힘증'
기사입력 2000년 03월 16일 13시 56분
연예계엔 이런 농담이 있었다. `가수 설운도, 현철, 송대관이 차를 마시면 옆에 있는 방송작가가 돈을 낸다.'
`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70년대부터 워낙 어렵게 가수 생활을 해온 이들의 `검소함'에 대한 칭찬이 섞여 있는 농담이다. 돈을 아껴 쓰는 것은 미덕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정말 얄미운 족속들도 있다. 노골적으로 공짜를 요구하는 이들이 그렇다.
몇년전의 일이라고 한다. 방송가와 연예계에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모 대학교의 출신들이 오래간만에 술자리를 함께 했다고 한다.
이들중 모 방송국에서 잘 나간다는 프로듀서로 재직중인 L씨는 후배들로부터 `공짜의식' 때문에 눈총을 사고 있었다.
어느날, "한 번 쏘겠다"는 L씨의 제안으로 술자리가 마련됐다. 모두들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선배는 선배. 방송가에 있는 동문들이 모두 모였다.
1차는 고기집이었다. 여기서 "쏘겠다"던 L씨가 말을 바꿔 이상한 제안을 했다. "1차는 너희들이 내라, 2차를 내가 내겠다"고 한 것.
결국 후배들이 돈을 모아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려고 하자 L씨가 "이리 줘. 내가 낼께"하면서 모은 돈을 뺐었다. 그러더니 그가 옆자리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개그맨과 잠깐 이야기를 했고, 개그맨이 카드로 이날 음식값을 계산했다.
후배들이 모은 음식값은 자신이 챙기고, 죄라면 옆에서 음식을 먹은 죄밖에 없는 개그맨이 음식값을 낸 것이다.
그 다음도 문제. 여의도의 작은 카페로 옮겨 술을 먹었는데 L씨로부터 전화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매니저 한 명이 합석을 했다. 나중 일은 안 봐도 뻔한 일.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후배들중 한 명이 방송국 PD인 다른 선배에게 "이거 너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우리 일어나죠"라고 제안을 했다.
결국 이들은 힘을 모아 대리석 탁자를 엎은 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