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재미교포 사업가 (17)
기사입력 2000년 03월 16일 13시 56분
음악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온 둘은 또 맥주잔을 기울였다. 윤미혜의 눈에 졸음기가 감돌았다. 종일 애버랜드와 미리내 성지를 걷고 거다가 소주에 맥주까지 `짬뽕'을 하고 스테이지를 누볐으니 피곤하지 않을 턱이 없다.
윤미혜는 이제 어디가서 눕고만 싶어졌다. 천하의 플레이보이 강성수가 눈치를 못챌리가 만무. 강성수는 윤미혜의 손을 잡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카바레 주변에는 반드시 기생하는 업소가 있는 법. 러브호텔이 그것이다.
러브호텔 앞에 도착하자 윤미혜가 멈칫 했으나 강성수는 강하게 끌어당겼다. 윤미혜는 처음엔 거부하는듯 했으나 그냥 끌려가듯 따라들어섰다.
종업원이 안내한 방으로 들어섰다. 작지만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더블 침대가 놓여져 있고 한쪽 벽엔 대형 거울이 붙어있었다.
종업원이 나가자 강성수는 미친듯이 윤미혜를 끌어안았다. 불을 끄는 것도 생략한채. 입을 맞추며 몸을 더듬어 내려갔다.
"안돼요, 안되는데"하는 윤미혜의 소리는 점점 모기소리처럼 가늘어지다 사라졌다. 그리고 강성수에게 몸을 맡겼다. 강성수는 윤미혜를 침대에 스러뜨리고 포장을 하나하나 풀어헤쳤다. 얼마만에 맡아보는 남자 냄새인가. 윤미혜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황홀하기만 했다.
강성수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연주'했고 윤미혜는 거기에 맞춰 노래했다. 그리고 춤을 추듯 몸을 비틀었다. 윤미혜로서는 감미로운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길고 깊었다.
일을 마친뒤 강성수는 윤미혜를 정성스럽게 닦아준뒤 품에 안고 등을 쓰다듬어줬다. 얼마가 지나자 둘은 다시 `2라운드'에 들어갔다. 또다시 땀으로 범벅이 됐다. 지칠대로 지친 둘은 그대로 널브러져 곯아 떨어졌다.
둘은 그렇게 맺어졌다. 처음 길을 트기가 어렵지 한번 트이면 그 다음부터는 쉬운 법. 둘은 수시로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 강성수는 바빴다. 윤미혜와 김숙경 두 여자 사이를 오가며 몸으로 때워야 하니 오죽 하겠는가.
이를 까맣게 모르는 윤미혜는 언제나 만족 시켜주는 강성수가 고맙기까지 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강성수와 상의했고 장사를 하면서 생긴 스트레스도 강성수에게 털어놓았다.
이쯤되자 강성수는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윤여사, 어려운 부탁이 하나 있오."
"뭔데요.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 드려야지요."
"음, 사업을 착수해야겠는데 자금이 필요해. 본사에서 송금을 해오기가 불가능하단 말이야. 그래서 본사 직원이 올때까지만 자금을 좀 빌려써야겠는데 융통할 길이 있어야지."
"얼마나 있으면 되는데요?"
"음, 우선 사무실을 하나 얻어야 하는데 강남에 사무실을 꾸미려면 아무래도 한 1억은 있어야겠는데 내가 가져온 돈으로는 좀 모자라."
"얼마나 모자라죠?"
"내가 가진 돈이 7000만원인데 내 용돈도 있어야 하니까 한 4000만원은 보태야 되겠지."
이래서 윤미혜로부터 4000만원을 뜯어냈다.
강성수는 이 돈으로 강남에 몇달치 월세만 주고 사무실을 하나 냈다. 사무실은 크지 않았지만 고급스런 집기로 화려하게 꾸몄다. 그리고 개업식을 했다.
개업식에는 놀음꾼 친구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말이 놀음꾼이지 모두 사기도박사들이어서 말끔히 차려입으면 영락없는 의젓한 신사들이다. 개중에는 카지노판에서 동원된 외국인들도 있었다. 그리고 윤미혜에게 부탁해 음식들을 준비해다 성대하게 개업식을 치렀다.
윤미혜는 즐거웠다. 이렇게 멋진 분과 결혼하게 됐다니 꿈만 같았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