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하일성 야구세상 '찬호-승엽 용기있는 도전'
기사입력 2000년 03월 16일 13시 56분
올 시범경기에서 LA다저스의 박찬호 투수가 지금까지는 생각 만큼 그렇게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해 국내 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히 높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투수판을 밟는 위치나 투구동작에서 발에 위치나 오른쪽 무릎을 포수쪽으로 고정시키거나 투구패턴에서 다소 변화가 왔다는 것이다.
너무 한꺼번에 많은 변화를 준 것이 오히려 박찬호에게 혼란을 주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찬호의 위치는 선발 로테이션에 확실히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컨디션 전체를 시범경기에 맞춰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이제 명실공히 LA다저스의 부동의 에이스다. 컨디션 조절 역시 자신의 등판 날짜에 맞춘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박찬호를 지도하고 있는 왕년의 명투수 샌디 쿠팩스의 이야기는 상당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박찬호가 지금같이 13승에서 15승 투수로서 만족한다면 투구폼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20승 투수로 도약하고 사이영상을 받을 수 있는 투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투구폼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사실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간 타자나 투수가 투구폼이나 타격폼을 바꾼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재일동포 야구인 장 훈씨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어느 정도 정상급에 있는 선수들은 품을 바꾸는 것이 앞으로 선수생활에 유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것은 지금까지 이 폼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여기서 변화를 주었다가 잘못됐을 경우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역시 도전이라는 것은 프로의 세계에서는 매력적이다.
지난해 54개의 홈런을 기록한 삼성의 이승엽 선수 역시 체력에 관련해 타격자세를 지난해 보다 10cm 정도 낮은쪽으로 바꿨다.
정상에 있으면서도 용기있게 도전을 하는 박찬호와 이승엽 선수의 올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야구 해설가 hisbase＠choll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