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이성진 '따티즌이 안되려면'
기사입력 2000년 03월 14일 15시 21분
`인터넷 세상의 왕따！'
인터넷 세상에서도 실세상과 같은 `왕따'가 있을까?
물론이다. 자신의 행위가 글을 쓰거나 로그파일(사용자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남기는 흔적)을 만드는 것으로 표현될 뿐인 인터넷 세상에서도 왕따는 존재한다.
이른바 `따티즌'(TTatizen)으로 불리는 이들은, 왕따를 당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표현한 알파벳 더블 티(TT)에서 유래됐다.
이들은 흔히 네티즌 사회의 룰과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게시판이나 채팅방에서 엉뚱한 글을 쓰다가 따돌림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두 명의 따티즌을 살펴보자.
우선 작년 여름부터 인터넷의 각종 게시판을 순회하다시피 돌아다니며 국정원을 비롯해 각 정부부처의 임원급 관료들의 개인 비리를 폭로해온 PHILWK(김필원)님.
그의 이름은 네티즌이라면 어디선가 한번쯤은 봤을만큼 유명(?)해졌지만 아무도 그의 글을 읽지 않는다. 그는 관련증거까지 올리며 세세한 폭로성 게시물을 올렸지만 그에 대한 네티즌의 태도는 냉정하기만 하다. 물론 처음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 자주, 그리고 항상 똑같은 방식으로 주장을 되풀이했다. 사람들은 그와의 대화를 지루해하기 시작했고 그의 주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이 경우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행위를 너무 단순하게 여긴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터넷의 게시판은 그저 정보만 올려놓은 곳이 아니다. 이곳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곳이다. 주장을 펼친 사람은 반드시 그에 반응하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눔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김필원님의 경우 이런 부분을 전혀 생각지 않았다. 때문에 심지어 그는 '알바'(돈을 받고 특정 게시판에 홍보성 게시물을 올려주는 사람)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까지 했다.
반대로 너무 게시판의 속성을 잘 이해해서 왕따가 돼버린 사례도 있다.
작가들의 사이트인 유저24에서 활동하던 서윤아님은 요즘 딴지일보의 독자투고란(딴독투)에서 머물다가 왕따의 차원을 넘어서서 집단적 이지메를 당할 정도로 코너에 몰려 있다.
이유는 그녀가 딴독투의 글을 올리는 방식을 너무 잘 알고 이를 여우처럼(?) 이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딴독투의 터줏대감들은 그녀가 게시판에서 통용되는 룰과 분위기를 지나치게 기술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극단적인 혐오감을 나타내고 있다.
"난 당신이 싫어. 아는 척도 하지 마." 등이 요즘 딴독투 식구들의 서작가에 대한 태도다. 그녀는 이런 분위기에 대항해 '절이 싫어도 중이 떠나지 않는' 외로운 투쟁(?)을 하는 중이다.
자,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왕따가 안되려면 어떤 네티켓을 가져야 하는가?
첫째, 게시판의 실세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글을 조금씩 올려야 한다. 대개 하루에 200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게시판엔 5명 내외의 터줏대감들이 자리잡고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들의 글을 필독하고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무모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이는 개성이 강한 커뮤니티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둘째, 실명보다는 가명을 쓰는 것이 낫다. 사람이 눈치만 보고 살 수는 없다. 자신의 생각을 펼칠 때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항상 있다. 이 경우 실명보다 가명을 써야 가슴에 상처를 덜 받는다. 타격을 줄여야 정신을 차려 반격할 수 있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커뮤니티일수록 이런 전략이 유효하다.
셋째, 사실을 말해야 한다. 양치기 소년의 교훈은 인터넷 세상에서도 유효하다. 거짓말을 일삼는 네티즌이 아이디를 바꿔 행동한다고 해서 그를 남들이 못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네티즌의 분석력과 직관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거짓을 말하는 네티즌은 아이디가 열개라도 왕따의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인터넷 세상의 룰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 이것이 잘사는 네티즌의 비결이다.
[인터넷뉴스 데일리클릭 보도국장, master@dailyclic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