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 열풍 1년… '실업률 0의 안흥'
기사입력 2000년 03월 14일 14시 24분
단돈 200원짜리 찐빵으로 전국을 제패한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안흥리.
안흥면사무소 앞 허름한 가게(심순녀씨의 안흥찐빵)에서 만든 찐빵 맛이 지난해 겨울 스키어, 등산객 등을 중심으로 소문이 나면서 시작된 `찐빵 열풍'은 이 한적한 산골마을을 전국적인 명소로 변신시켰다.
찐빵 열풍의 강도는 메가톤급. 찐빵을 사려면 5시간이나 줄을 서야했고 인기있는 가게는 대기표를 나눠주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찐빵 열풍 1년. 안흥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궁금했다.
마을길에 접어들자 벌써 찐빵냄새가 난다. 반죽에 첨가한 막걸리와 삶은 팥의 냄새다.
당시 4개였던 찐빵가게가 25개로 늘어 눈을 어디로 돌려도 하나쯤은 눈에 띈다.
원조,시조,본가,토속,할매손 등 다양한 간판들은 찐빵집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만만치 않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올들어 찐빵가게들이 모여 합자회사를 설립하는가 하면 서로 통@폐합 되는 등 M&A도 활발하다.
원조격인 심순녀씨네 가게는 주말이면 직접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줄을 서지만 안흥찐빵 생산량의 90% 이상이 택배로 판매되고 있다. 제주도 등 전국으로 배달되는 거미줄 같은 택배망이 구축됐다.
국내뿐 아니다. 일본은 물론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간다. 요즘엔 인터넷 홈페이지도 등장해 이를 통해 주문을 받고 카드를 결제한다.
택배판매의 성장으로 지난해 이맘때 2만여개던 하루 생산량이 지금은 18만7500개. 하루치 찐빵을 한줄로 늘어놓으면 길이가 마라톤 풀코스의 절반에 달하고 돈으로 환산하면 3750만원어치다.
소요되는 재료의 양도 엄청나 안흥면은 전국에서 밀가루와 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면이 됐다. 특히 팥은 이곳의 소비량에 따라 전국적인 시세가 들썩일 정도.
찐빵붐은 안흥을 실업률 0% 지역으로 만들었다.
안흥면사무소 관계자는 "고랭지채소나 감자 농사가 주업인 이곳은 농한기에 할일이 없었으나 이제 60대 노인까지 찐빵 관련 일을 한다. 방학기간, 휴가철 등 성수기에는 그도 모자라 원주,제천,영월에서 일손을 데려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여행객들이 찐빵만 먹고 가는 탓에 식당들은 파리를 날리고, `빵 차례'를 기다리데 안성맞춤인 다방은 반대로 호황인 것도 달라진 점이다.
안흥찐빵의 인기에 편승해 다른곳에서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가짜'도 등장했다. 대도시 백화점에서도 가짜가 발견되고 있는데 현재 전국 유통량의 60%는 가짜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가짜는 중국산 팥을 쓰고 반죽도 충분히 발효시키지 않아 뻑뻑하고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요즘 안흥의 찐빵집들은 가짜 단속반을 파견하는 등 진짜 찐빵 지키기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외지인 S모씨가 안흥찐빵이라는 이름을 상표등록해 소송까지 벌어진 사건 이후 찐빵 지키기에 대한 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합자회사가 생긴 것도 재료의 정량화를 통해 안흥찐빵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안흥(강원도 횡성군)＝송철웅 기자 simb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