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촌에 일군 희망의 돌탑 '정선 항골 계곡'
기사입력 2000년 03월 14일 14시 18분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북평5리 항골.
뒤로 해발 1170m의 백석봉이 우뚝 서 있고 옆으로 1421@의 상원산이 병풍처럼 둘러처진 이곳 골짜기에 새로운 명물이 들어섰다.
마치 마이산의 탑들을 연상시키듯 왼편 산비탈을 따라 크고작은 돌탑들이 쭉 늘어서 있어 엄숙한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작은 돌멩이를 하나둘 쌓아 올린 탑들은 아이들이 쌓은듯한 작은 소망탑에서 석가탑이나 마이산 탑사를 흉내내 제법 정교하게 쌓아놓은 것까지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계곡 바위 위에도 작은 탑이 쌓여있고 숲길 곳곳에도 돌탑들이 숨어있다.
산비탈 100여m를 따라 쌓여있는 돌탑들은 모두 180여기.
돌탑 앞으로 `고통끝에 낙이 온다' `행복은 참는 자의 몫' 등 소원이나 고사성어를 적어놓은 항아리들이 전시돼 있어 장승도 곳곳에 서 있어 마치 무속신앙의 현장에 온 느낌마저 든다.
잡석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던 이곳에 돌탑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12월.
북평면장을 지낸 최종진씨(51)가 주변에 지천으로 늘려있는 돌로 탑을 쌓아 관광상품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30여가구 100여 주민들은 옛날 탄광촌의 번영이 다시 오기를 소망하며 하나둘 돌을 쌓았다.
어떤 사람은 단 하루만에 돌탑을 완성했고, 어떤 집은 온가족들이 총동원돼 한달여동안 정성스레 탑을 쌓아 그렇듯한 예쁜 탑을 탄생시켰다.
자신의 탑보다 더 큰 탑을 보고 다시 돌탑을 쌓는등 `주민 대항전' 양상까지 벌어졌고, 소식을 전해들은 북평면의 다른 14개 마을 주민들도 이에 질세라 항골을 찾아 돌탑을 남겼다.
90년초까지 나전광업소가 있던 폐광촌 `항골'이 돌탑마을이라는 별칭과 함께 새로운 관광지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주민들이 돌탑을 쌓으며 빈 소망이 이루어진듯 항골계곡을 찾는 관광객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은 돌탑들 앞에서 가족의 행복, 건강 등을 기원한뒤 주변에 작은 돌탑을 쌓기도해 옆에 주민들은 별도의 탑쌓기 장소까지 마련해 두었다.
10㎞등산로가 조성돼 있는 백성봉 정상 주변에 진달래 동산, 철쭉군락지 등이 있어 봄이면 꽃동산이 연출된다. 산을 조그만 오르만 두릅, 고사리 등 온갖 산나물이 늘려있어 산나물 채취장소로도 그만이다. 42번 국도변에서 자동차로 5분여 거리.
관광문의:정선군청(0398-560-2365), 현재 항골을 가는 관광상품은 우리여행사(02-335-7137)가 정동진 일출과 아우라지 된장마을 등을 연계하는 토요일 출발 무박2일 상품이 유일하다.
[정선＝김순근 기자 skkim＠]
▲볼거리
정자에 오르면 층층이 된 절벽 등 9가지 풍치를 볼 수 있는 임계면 봉산리 골지천변의 구미정, 산세가 워낙 수려해 한번 들어가면 나오려고 하지 않을 정도로 절경인 가리왕산, 정선아리랑의 발원지인 아우라지 등 곳곳에 관광명소가 늘려있다.
▲강변 드라이브코스:구미정을 거쳐 아우라지 주변 42번 국도변까지 20여㎞의 도로가 골지천을 따라 이어져 있어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
▲먹거리:
정선읍내 동광식당(0398-563-3100)의 메밀국수에 산나물 등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 메밀콧등치기(4000원)와 돼지족발에 황기를 넣어 삶아 족발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 육지를 연하게한 황기왕족발(소 1만5000원)이 맛있다.
정선은 계곡수가 차고 맑아 송어양식장이 많다. 싸고 많이 송어회를 먹으려면 반천리 반천양어장(0398-562-7427)이 알맞다. 송어회를 싸게 주는 대신 초장과 마늘, 간장만 내놓는다. 1㎏에 7000∼8000원. 아우라지에서 10㎞거리.
▲된장마을:스님과 음대 출신의 첼리스트의 사랑으로 유명한 곳. 전통 재래식 방법으로 된장, 고추장, 간장, 청국장 등을 만들어 전국에 주문판매도 한다.
지난 설날을 전후해 정월장을 1500여개의 항아리에 담아 6개월간의 숙성에 들어갔다. 단체여행객에게 서울음대 출신의 첼리스트 도완녀씨가 40여분간 된장이야기와 함께 첼로연주도 들려준다. (0398)562-2710
▲가는길:영동고속도로 새말에서 나가 안흥∼평창을 거쳐 정선으로 가는 길이 가장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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