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무엇이든 배우겠다'
기사입력 2000년 03월 14일 12시 27분
박찬호(27．LA 다저스)가 요즘 한단계 올라선 모습을 배우기 위해 `다양한 배움'에 한창이다. 대선배 허샤이저 투수와 명예의 전당 투수 샌디 쿠팩스씨에게 좋은 투구 자세를 배우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물론 매일 1∼2시간씩 영어 회화 과외도 빼뜨리지 않는다.
15일 오전 9시5분(이하 한국시간)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시범경기에 올시즌 세번째 등판하는 박찬호는 13일 평소와 달리 자신의 차례가 아닌데도 불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케빈 브라운이 투구하는 모습을 뚫어지게 지켜봤다. 최근 투수판의 왼쪽에서 공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원래부터 왼쪽에서 던지는 브라운의 투구폼을 자세히 살펴본 것. 또한 밸런스가 좋기로 유명한 브라운의 몸동작도 놓치지 않고 세밀히 관찰했다.
브라운이 투구를 끝내자 곁에서 던지던 신예 에릭 가니에에게 눈길을 옮겼다. 이제 루키인 가니에는 박찬호의 새까만 후배지만 체인지업은 일품으로 인정받고 있어 역시 배울 것이 있었다. 가니에가 던지는 체인지업의 그립을 유심히 살핀 박찬호는 자신이 던지는 체인지업의 그립과 새끼 손가락 위치가 틀리다는 것을 찾아냈다. 어떤 그립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또 연구할 꺼리가 생겼다.
백전노장 허샤이저는 얼마전 박찬호에게 타자들로부터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어떤 식으로 투수의 심리를 파악하고 다음 구질을 예측할 수 있는지를 뛰어난 타자들로부터 들으면 역으로 그들을 공략할 수 있다. 도루를 잘하는 선수에게는 그 방법을 듣고 루상에 주자들을 발을 묶는 법도 터득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자신의 운동에만 몰두하고, 체력을 키우는데만 전념하던 박찬호가 올해는 배움의 폭을 훨씬 넓혀가고 있다. 스포츠 심리학자 하비 도프만과의 상담뿐만 아니라 여러면에서 육체적인 게임에 정신적인 게임을 점점 가미시키고 있다.
지칠줄 모르는 다방면의 학구열이 20승 희망을 부풀게 한다.
[베로비치(미플로리다주)＝민훈기특파원 hkmin＠earthlink.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