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의 때 묻지않은 순수함 '가평 북면 애기봉'
기사입력 2000년 03월 13일 13시 28분
국내 산봉우리 이름중에는 같은 것이 꽤 된다. 시루봉, 매봉(또는 응봉), 장군봉 등은 거의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이름들이다. `애기봉'도 그런 축에 속한다.
그중 경기도의 대표적인 두곳을 꼽자면 휴전선 이북이 보이는 덕분에 유명해진 김포 하성면의 애기봉과 가평 북면 애기봉이다. 하지만 둘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김포 애기봉은 관광지이지만 가평 애기봉은 아직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청정 등산코스다.
지난 주말 찾아간 애기봉(1055@) 주변은 아직 한겨울이었다. 가평읍내를 지날때까지만해도 느껴지던 봄바람은 화악리에 이르자 삭풍으로 변했다. 주민들이 `왕소나무'라고 부르는 노송이 산행 기점.
능선을 따라 곧장 올라붙을 수도 있지만 화악산 천도교 수련원 방향의 산길로 에워가는 것이 한결 호젓하다. 응달진 계곡은 꽁꽁 언채 눈에 덮였고, 북쪽 사면에는 잔설이라고 부르기엔 많은 양의 눈이 쌓여있어 스패츠(신발속으로 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장비)를 꺼내야할 정도.
칠림계곡에서 계류를 건넌 뒤 왼쪽(서쪽)으로 난 길로 가다보면 뚜렷한 능선길. 고도를 높여갈수록 잎사귀를 다 떨어뜨린 나목 때문에 멧돼지 잔등같은 한북정맥 산들이 차츰 시야를 메운다. 칠림계곡쪽으로 펼쳐진 수천평 넓이의 묵밭이 바람에 물결치는 것도 다른데선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오동골쪽에서 올라붙는 길과 만나는 능선상 사거리에는 전방지역답게 한국전쟁 당시 만들었다는 교통호의 흔적이 남아있다.
뭇산들의 파노라마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애기봉을 넘어 전망대바위까지 가야한다. 여기서는 일기예보때 추위와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1468@의 화악산이 꼭대기에 여전히 눈을 이고 한북정맥의 맹주다운 위용으로 도도하게 서있는 모습을 장애물 없이 볼 수 있다.
▲애기봉 산행안내
청량리, 성북에서 열차를 타고 가평역에 하차. 가평터미널에 화악리 왕소나무까지 가는 버스가 하루 5차례 있다. 왕소나무 맞은편 샘골이 애기봉으로 직결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물안골과 함께 화악2리 주민들의 식수원지여서 들어갈 수 없다. 칠림계곡 오른쪽의 지릉을 통해 주능선까지는 1시간 30분쯤 걸린다. 하산은 전망대바위에서 남쪽으로 500@ 지점에서 연결되는 동쪽 지릉으로 한다.
▲여행메모
애기봉 서쪽 능선으로 내려가면 만나는 마을 오동골(도대 2리)엔 지금 고로쇠물이 제철이다. 청정지역인 이곳 고로쇠물은 경기도에서 으뜸으로 친다. 오동골에서 수십년 고로쇠물을 채취해온 조두혁씨네 판매점(0356-582-0897)의 가격이 1말에 5만원.
이곡리 식당 명지쉼터(0356-582-9462)에는 잣국수가 있다. 잣을 갈아 국물을 내고 잣을 섞은 밀가루 반죽으로 국수를 뽑아 다른 양념 없이 말갛게 끓여내는데 반찬은 김치 한가지만으로도 훌륭하다.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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