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딱지 수집가 안효영씨
기사입력 2000년 03월 12일 15시 11분
`서영춘 딱지를 아십니까.'
안효영씨(27·한국동물약품협회 기획조사부)의 보물 1호는 손때 꼬질꼬질하게 묻은 1000여장의 딱지다.
그가 수집한 70년대, 80년대 딱지 속에서는 한시절을 풍미했던 코미디언과 스포츠맨, 그리고 만화 주인공들이 미소짓고 있다.
딱지 속에는 코미디언 서영춘 이주일 배삼룡 서세원, 야구스타 임호균 김일권 김재박 등이 있다.
안씨는 중3 졸업 무렵부터 딱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아버지 안중섭씨(61), 어머니 최명자씨(58)에게 `낼모레 고등학교에 입학할 녀석이 딱지치기나 한다'며 치도곤을 당한 직후였다.
"막상 버리려고 하니 아깝더군요. 나중에 꺼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싶어 서랍 한구석에 감춰뒀습니다."
그리곤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특히 고교시절에는 입시공부를 하느라 딱지를 꺼내볼 틈이 없었다.
그러다 대학(서울시립대 영문과)에 들어간 뒤 우연히 딱지를 발견한 안씨는 헤어진 혈육이라도 만난 듯 반가웠다.
딱지를 세어보니 700여장.
로봇 태권V, 철인007, 소년 007, 신바드의 보험, 똘이장군, 개구리 소년, 소년 홍길동, 공룡 수색대, 독수리 5형제, 톰과 제리, 그리고 성룡과 이소룡….
"정말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날부터 딱지를 계속 모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친구집에 놀러가면 친구동생들이 갖고 놀던 딱지를 동전 몇개씩 쥐어주고 반강제로(?) 빼앗아오곤 했다. 그렇게 300여장을 더 모아 지금은 1000여장에 이른다.
안씨는 얼마전 딱지 홈페이지(http://omoo.pe.kr)도 개설했다. 자신의 수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싶기 때문이다.
[이승호 기자 letit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