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도움왕 체면 완전 구겼네'
기사입력 2000년 03월 10일 14시 44분
`이게 꿈이었으면.'
귀신에라도 홀렸을까. 기아 엔터프라이즈 강동희(34)가 다시 떠올리기조차 끔찍한 경험을 했다.
강동희는 9일 수원에서 열린 기아와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서 어시스트를 단 1개도 올리지 못했다. 그가 기록지에 어시스트 `0'을 남긴 것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38게임을 포함해 이날이 처음이었다.
강동희가 누구인가. 올시즌을 포함해 역대 4차례 정규리그서 3차례나 어시스트왕에 등극한 최고의 도우미.
그런 강동희가 한 게임 한 게임이 결승이나 다름없는 포스트 시즌서 최악의 플레이를 펼친 것. 강동희의 매끈한 볼배급이 자취를 감추면서 기아는 단조로운 골밑 공격에 의존, 번번이 삼성의 수비망에 막혔다.
어시스트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턴오버를 팀내 최다인 6개나 저질러 믿기지 않는 역점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속공 기회에서도 그냥 삼성 선수의 품에 볼을 안기는가 하면 아무도 없는 곳에 패스해 공격권을 날렸다.
"농구를 하면서 이런 날은 처음이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톡톡히 망신을 당한 강동희는 11일 삼성과의 2차전서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이 게임마저 내준다면 기아는 2패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강동희는 과연 `코트의 마술사'라는 별명처럼 치떨리는 마법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김종석 기자 js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