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SBS 꼭 깬다'
기사입력 2000년 03월 10일 14시 44분
삼보 플레잉코치 허 재(25．1m88)는 9일 삼성－기아의 수원 플레이오프 1차전을 TV중계로 본 뒤 득달같이 운동화를 신고 합숙소를 나왔다.
목적지는 숙소인 원주시 행구동 은영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웨이트트레이닝장.
허 재가 몸만들기를 하러 나가기전 후배들게 던진 말.
"얘들아, 드라마 녹화해 놔라."
평소 빼놓지 않고 보던 골든타임의 TV드라마도 포기하고 바벨, 덤벨과 씨름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장을 찾은 것.
허 재는 심난했다.
바로 전날인 8일 삼보가 SBS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진 데다 9일에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친정격인 기아마저 삼성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는 장면을 지켜봤기 때문.
무엇보다도 자기 탓에 SBS와의 1차전을 졌다는 자책감이 허 재를 괴롭혔다.
경기종료 16초전 마지막 원샷찬스에서 슛을 쏘거나 적절한 패스를 꽂지 않고 볼을 너무 오래 끌어 패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 것.
정규리그 5라운드 마지막 안양경기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SBS에 진 이후 누누히 "플레이오프서 다른 팀은 몰라도 SBS만큼은 꼭 꺾겠다"고 불꽃을 토하던 허 재였던 만큼 괴로움은 더 컸다.
그러나 이 정도로 주눅이 든다면 `농구 9단' 허 재가 아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한바탕 언더셔츠를 적시고 기분전환한 허 재는 "마지막에 어느 팀이 웃는지 지켜보면 알 것이다. 의심스러우면 누구든지 내기해도 좋다"며 특유의 걸쭉한 웃음을 터뜨렸다.
[원주＝이백일 기자 maver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