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벤처 사장 '부의 혁명' 주도
기사입력 2000년 03월 09일 15시 37분
부(富)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영어사전에까지 오를 만큼 유명한 단어 `재벌'을 탄생시킨 한국 사회의 돈 흐름이 새 천년 들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돈의 흐름을 바꾼 것은 젊은 벤처기업가들.
김형순(39．로커스 사장), 오상수(35．새롬기술 사장), 안경영(46．핸디소프트 사장), 이재웅(33．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등이 `부(富)의 혁명' 주도 세력이다.
이들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사회@문화적 변혁을 불러온 인터넷 태풍과 코스닥 주식투자 열풍속에서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부를 축적, 재력 서열을 하루아침에 뒤집었다.
정보통신 벤처기업중 가장 잘 나간다는 로커스.
10년 전 자본금 2000만원, 직원 4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기업가치 1조원에 직원이 230명에 이른다.
코스닥 상장 당시 액면가 500원이었던 주식은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로 변해 김형순 사장 개인 보유 주식의 가치는 약 73000억원(2월말 기준)이다.
한국의 대표적 갑부이자 아시아권 재력 순위 20위인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의 재산이 현재 약 4000억인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액수.
정 명예회장은 4400억원 상당의 주식을 가진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에 뒤지며 약 4000억원어치를 보유한 핸디소프트 안경영 사장과 겨우 동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또 순위가 내려앉을지 모른다.
거부중의 거부가 손자뻘인 30대 `벤처맨'들에게 추월 당한 것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 롯데 신격호 회장 등 다른 재벌들은 일찌감치 두손 들어버렸다.
`모 벤처 기업 사장의 주식을 현금화 시킬 경우 대그룹 계열사 너덧개쯤은 산다'든가 `상위권 벤처기업 몇개가 연합할 경우 전대미문의 초대규모 재벌그룹이 된다'는 얘기도 전혀 뜬금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신흥 벤처 귀족의 재력 서열 사이클은 극히 짧다.
코스닥에 올라있는 자사 주가의 변동에 따라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변한다.
여기에 증자과정을 거치면 주식보유량이 두배로 뛸 수도 있어 현재 벤처기업의 재력 순위는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벤처기업에 대한 이 같은 자산 평가는 맹점도 있다.
자산의 대부분이 주식이어서 현금화시키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재벌과의 재력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것.
실제로 현재 재력 상위권에 있는 벤처 사장들은 주가 상승기에 자사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
[송철웅 기자 simb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