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행물윤리위 만화 'Let 다이' 청소년 유해 판결
기사입력 2000년 03월 09일 15시 11분
"명백한 동성애 장면이다." "아니다."
소년 만화잡지 '윙크'(서울문화사)가 2월호 부록으로 펴낸 'Let 다이'(원수연 작)가 최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위)의 청소년 유해 매체 판결을 받으면서 국내 만화 초유의 동성애 논쟁에 휘말렸다.
간윤위는 'Let 다이' 상하권 가운데 상권에 실린 두 남자 주인공의 잠자리 장면이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 7조 다항의 '수간, 혼음, 근친상간, 동성애 등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이라는 조항에 위배된다는 주장.
이에 대해 출판사와 작가측은 "청소년의 방황과 일탈을 소재로 한 작품의 스토리 전개상 필요한 부분이며 동성끼리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것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로 이를 말초 감각을 자극하는 일본식 'H물'과 같은 범주에 놓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만화가 97년 청소년보호법 제정 이래 동성애 조항이 문제가 돼 '청소년이 볼 수 없는 책' 판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Let 다이'는 모범 고교생 '제희'와 깡패 두목 '다이'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97년 만화잡지 '이슈'에 연재됐을 때와 98년 단행본이 나왔을 때는 폭력성이 지적돼 청소년 유해 간행물 판정을 받았었다.
만화계는 이번 판정이 현재 '윙크'에 'Let 다이' 후속 편을 연재중인 원씨가 앞으로 심한 자기 검열에 빠지는 등 창작 의지를 꺾게 될까봐 우려하는 분위기.
베스트셀러 '풀하우스'의 저자이기도 한 원씨는 황미나, 신일숙, 강경옥 등과 함께 국내 순정만화계를 대표하는 중견작가다.
[정경희 기자 gumnu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