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재미교포 사업가 (10)
기사입력 2000년 03월 08일 15시 26분
아내는 강성수로부터 거금을 받아들자 뛸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당장 달려나가 시장을 봐오더니 고기를 구워 술상을 차려왔다. 거나하게 한잔 한뒤 오랜만에 아내를 품에 안았다. 그러나 박선희나 김숙경만큼의 만족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았으나 아들녀석들은 어디가서 뭐하는지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 보니 측은해 보였다. 결혼후 호강한번 제대로 시켜주지 못한채 교도소만 들락거렸으니 고생이 오죽했을까. 그동안 아내의 얼굴에 주름살이 많이 늘어있었다.
강성수는 그날 오랜만에 아내와 집안 얘기를 나눴다. 아들녀석들은 며칠만에 한번씩 들어오고 어떤 때는 경찰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집주인은 집을 내놓아 이사가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얼마에 내놓았대."
"6500만원. 요즘 IMF라 집값이 폭락했어. 전세금 4000만원에 당신이 준 1000만원이 있으니 1500만원만 더 보태면 우리가 사 버릴 수도 있는데."
강성수는 가슴이 답답했다. 지난번 박선희에게서 뜯어낸 돈에서 조금만 남겨놓았더라도 됐을텐데. 그 돈을 모두 놀음판에서 날려버렸으니. 김숙경에게 당장 돈을 더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고. 박선희 뿐이다.
"알았어. 내가 마련해 볼께."
강성수는 그날 아내를 데리고 쇼핑을 나갔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층에 올라가는데 앞에 서 있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들의 늘씬한 다리를 보자 성욕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박선희를 만나고 싶어졌다. 만나기만 하면 앙탈을 부리지만 집과 회사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반강제로 농락하는 또다른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욕망도 채우고 몇푼 더 뜯어내 내집도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옷가지 몇벌을 사주고 지방 출장을 가야 한다며 아내를 들여보냈다. 그리고 공중전화 부스로 가 박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박선희는 만만찮게 나왔다.
"다시는 안만나겠다고 했잖아요. 내 돈 돌려줄 것 아니면 연락하지 마세요."
"할 얘기가 있어. 꼭 만나야 돼."
"좋아요. 나도 얘기할게 있어요."
이래서 둘은 변두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나가서 얘기하지."
"여기서 해요."
"조용한 곳으로 가자구."
강성수는 싫다는 박선희를 잡아끌고 러브호텔로 들어가 욕망을 채웠다. 박선희는 반항했지만 강성수의 억센 힘을 당할 수가 없었다. 또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강성수에게 반항해봤자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아 어느정도 반항하다 나중엔 포기했다.
일이 끝난뒤 박선희가 물었다.
"할 얘기가 뭐예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어. 한번만 더 도와줘. 1500만원만 부탁해."
"안돼요. 이제 돈없어요."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이런 얘기 하지 않겠어."
박선희는 울먹이며 애원했다.
"지금 IMF 불황이잖아요. 사업이 엉망이에요. 부도위기에 몰려있어요. 제발 부탁이에요. 지난번에 가져간 돈 돌려주세요. 아니, 돌려주면 나중에 다시 드릴께요."
"죽는소리 그만해. 우린 결혼하기로 했잖아. 니것, 내것이 어딨어."
"당신같은 사람하고 내가 왜 결혼해."
"이년이, 실컷 즐길때는 언제고"하면서 박선희의 따귀를 갈겼다.
"이 사기꾼. 경찰에 고발할꺼야. 그래 우리집과 회사에 알리든지 마음대로 해 이새끼야."
박선희도 강성수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발악을 하며 덤벼 들었다.
강성수는 박선희를 밀쳐내고 러브호텔을 나왔다. 이제 박선희와는 끝난 것이다.
[계속]
